숫자는 트렌드를 만들기도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근래의 화두는 ‘타고투저’다. 지난해 팀 OPS(출루율+장타율) 1~5위 안에 속한 팀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은 넥센이 유일했다.
반대로 하위 네 개 팀(한화·삼성·LG·kt)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 OPS 최하위 kt는 시즌 성적도 최하위였고, 9위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라는 훈장에도 불구하고 가을을 경험하지 못한 보기 드문 전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2017년 순위가 2018년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위권 팀들의 전력 보강도 관심이다.
지난해 팀 OPS 최하위 kt는 더 떨어질 것이 없다는 평가다. kt는 창단 이래 항상 공격에서 큰 구멍이 있었다. 특히 팀 득점의 기복이 심했고, 타격전에서도 밀리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이 문제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윤석민이라는 좋은 4번 타자를 얻은 kt는 이번 FA 시장에서 황재균에 4년 총액 88억 원을 베팅, 또 하나의 중심타자를 찾았다. 매년 1~2명씩 보강했던 자원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멜 로하스 주니어가 뚜렷한 적응세를 보이며 재계약에 골인한 것도 긍정적이다. 2~3년간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젊은 선수들도 서서히 올라올 때가 됐다. 매년 팀 OPS 최하위권이었던 kt가 올해는 이 자리를 탈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LG다. LG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으나 고비 때마다 팀의 발목을 잡은 타격 탓에 끝내 5위 싸움에서 밀렸다. 잠실이라는 넓은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는 특수성은 있지만, 팀 장타율(.400)은 리그 최하위였다.
결국 이번 겨울 FA 시장을 분주하게 누빈 결과 김현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비록 MLB에서 실패하기는 했으나 김현수는 KBO 리그 시절 정상급 타격 생산력을 뽐낸 선수였다. 그것도 잠실을 홈으로 두면서 그랬다.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팀 공격의 핵심 라인 중 하나인 3루에는 MLB 출신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보강했다. 장타력 증강에 방점이 찍힌 보강이었다. 가르시아는 MLB에서도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뽐낸 선수로, LG 중심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한편 박병호를 보강한 넥센, 민병헌이 가세한 롯데 등도 팀 공격력 순위를 끌어올릴 만한 후보로 뽑힌다. 팀 공격력과 팀 성적의 연관 관계를 비교적 유의미하게 확인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어느 팀이 효율적인 공격을 뽐낼 수 있을지, 혹은 이러한 타고투저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