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웰메이드 드라마의 조건은 무엇일까.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시청자들은 ‘기승전 로맨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배경이 법정이든, 병원이든, 학교이든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연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데서 기인한 말. 반대로 로맨스도 있지만 우리 삶에 무언가 깨달을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를 일컬어 ‘좋은 드라마’라고 칭한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는 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끌어가는 작품이다. 강두(이준호 분), 문수(원진아 분)는 사고 당시 같은 곳에 있었으며,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달달한 설렘 그 이상의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지난 16일 방송된 12회분에서는 강두와 문수의 로맨스가 더욱 진전됐다.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캐릭터의 로맨스와 이를 소화하는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중.
여기에 연기 구멍 하나 없는 탄탄한 배우들이 포진돼 있어 약 한 시간의 작품 내내 몰입을 떨어뜨릴 일도 없다. 강두의 상처를 오랜 세월 바라봐온 약장수 할머니(나문희 분), 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윤옥(윤유선 분)과 동철(안내상 분) 등 적은 분량에도 캐릭터는 확실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클럽 마리앤의 마담 마리(윤세아 분)와 청유건설 재무팀 이사 정유택(태인호 분)이 등장할 때는 긴장감을 높이다가도, 상만(김강현 분)과 완진(박희본 분)의 등장에는 드라마가 경쾌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어떤 캐릭터 하나, 어떤 배우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 besodam@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