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을 줄여라'.
kt는 2017년에도 탈꼴찌에 실패했다. 1군 진입 3년 내내 최하위. 사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kt는 SK와 개막 3연전을 '스윕'하는 등 첫 8경기 7승1패를 기록했다. 11경기를 치르는 시점까지 선두를 지켰다. 물론 시즌 초 성적은 큰 의미 없지만, kt가 4월까지 12승14패로 선전할 때까지만 해도 '탈꼴찌 이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이 팽배했다.
그러나 막상 내부 사정은 달랐다. 김진욱 감독은 "결과만 좋았지 불안감투성이었다. 우리는 물론 마주했던 팀들의 전력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김 감독은 "어떻게 하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려했던 부분들이 5월부터 와르르 나오며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kt는 여름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6~7월 44경기서 8승36패. 사실상 여기서부터 kt의 순위는 최하위로 정해졌다. 김 감독은 "사실 연패에 빠졌을 때 감독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심리적인 부분을 컨트롤 하는 게 전부다. 피어밴드가 등판할 때 연패를 끊었어야 했는데, 맘처럼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순위가 처지면 선수들 분위기는 자연히 가라앉는다. 감독이 아무리 미래 그림을 그려도 선수는 '당장 내가 지금 안 되는데 무슨 미래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부담감을 간과했다"며 자책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선수들에게 무조건적인 박수와 격려, 소통을 앞세웠다. 그러나 이게 능사가 아니었던 것. 1년의 시간이 지나며, 그 벽이 허물어졌지만 무사 만루에서 뜬공으로 아웃됐을 때 감독에게 박수받는 풍경은 선수들에게 생경했다.
사실상 최하위로 순위가 결정되자 경기력이 달라졌다. kt는 9월 이후 24경기서 12승12패,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선두 경쟁을 펼치던 KIA, 두산은 물론 5강 싸움이 한창이던 LG에도 고춧가루를 뿌렸다. '커피맛 고춧가루'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감독은 "4월 초 좋았을 때와 9월 이후는 확연히 다르다. 시즌 초 선수들이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9월의 kt 야구가 올해 해야 하는 야구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부담을 떨쳐내자 성적이 나왔다는 것. 다만 그 시점이 너무도 늦었다. '캡틴' 박경수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반드시 탈꼴찌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소 막연했다. '꼴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도였다. 올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마음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 시즌 말미, "내년에도 이런 모습이면 우리 팀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선수들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의 발로였다. 김 감독은 "몇몇 선수들은 달라지지 않는다면 1군 기회가 없을 것이다"라며 냉정히 꼬집기도 했다.
전력에서는 확실한 플러스 요소가 있다.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을 4년 총액 88억 원에 품었으며,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도 데려왔다. 지난해보다 나아질 무기는 갖춘 셈. 이제 나가서 싸울 일만 남았다. kt가 살아나야 리그 전체 판도가 재밌어진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담감을 떨치는 게 급선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