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지도자 첫발' 정재훈 코치, "형 같은 코치 되겠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1.17 11: 01

"아직 선수인데 비시즌을 보내는 것 같아요." 코치로서 맞은 첫 해. 정재훈(38·두산) 코치가 어색한 듯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16년 1월 5일 두산 베어스의 시무식 자리. 직전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그 어느때보다 밝은 분위기로 맞은 새해 첫 만남 자리에 '정재훈'이라는 이름이 불렸고, 선수들은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1년 만에 돌아온 '선수 정재훈'을 반기는 박수였다. 선수들 앞에 선 그는 "우승 팀에 와서 영광이다. 준우승만 4번 했는데, 2연패 달성하면서 나도 우승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2년 뒤. 다시 '정재훈'이라는 이름이 불렸다. 선수들의 박수는 여전히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돌아온 동료가 아닌 '신입 코치'로 선수들 앞에 섰다.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정재훈 코치는 2014년 시즌 종료 후 FA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떠났다. 1년 뒤 2차 드래프트로 친정팀에 돌아온 그는 2016년 46경기 나와 1승 5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27로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 해 8월 타구에 맞아 팔뚝 골절을 당했고, 이후 더이상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팔뚝 골절에 대한 재활을 순조로웠지만, 어깨 부상까지 겹쳤다. 결국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군 불펜코치로 지도자 첫발을 내디딘 정재훈 코치는 "아직 잘 모르겠다. 1년은 채워봐야 코치로서 방향이 잡힐 것 같다"라며 "아직 선수인데 비시즌인 것 같다"고 코치라는 직함에 낯설어 했다.
코치 제의를 받았을 당시 정재훈 코치는 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다. 그러나 결국 내린 결정은 두산에 코치로 남는 것이었다. 정재훈 코치는 "1년 정도 연수를 다녀온다거나, 생각할 시간이 길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유니폼 때문에 코치의 길을 선택할 것 같다. 현장을 떠나기 싫은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1년의 이적과 부상으로 우승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이어서 정재훈 코치는 "우승 현장에는 없었지만, 구단에서 챙겨줘 반지는 두 개나 있다"고 웃어보인 뒤 "나중에 지도자로서 우승을 하게 된다면, 두 배로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코치로서의 일정은 비시즌이 끝난 2월 1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정재훈 코치는 "아직 신인 선수의 얼굴만 보고, 2군 선수들과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성향을 파악해야할 것 같다"며 "배울 것이 많다. 2군 메인 투수 코치님인 조웅천 코치님을 따라다니면서 배워우겠다"고 강조했다.
두산 2군에는 부상으로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유망주 투수가 많다. 현역 마지막 순간 지독한 재활을 했던 만큼, 정재훈 코치는 이들의 마음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정재훈 코치는 "부상에 대한 직접적인 부분은 내가 의사가 아니니 조언을 해줄 수는 없다. 다만, 오랜 시간 부상으로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코치는 "1년은 지내봐야 구체적으로 롤모델이나 코치에 대한 목표가 나올 것 같다"라며 "일단은 2군에 있다보니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형 같은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고 답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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