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파는 김주찬(37)에게 해당하지 않았다.
김주찬은 지난 16일 KIA와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2+1년 총액 27억원. 계약금 15억원, 연봉 4억원의 조건이었다. 생각보다 협상이 길어졌지만 김주찬은 흔들림 없이 최대 3년 계약을 이끌어냈다. 2020년 마흔 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올 겨울 유독 매섭게 몰아치는 베테랑 FA 한파 시대에 성공한 계약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김주찬은 1981년생으로 만 37세 베테랑이다. 역대 FA 시장에서 만 37세 이상의 나이로 김주찬보다 더 많은 계약 총액을 받은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뿐이다.
이승엽은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2년 총액 3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의 조건이었다. 당시 이승엽의 나이 만 40세. 워낙 상징성이 큰 선수이기도 했지만 2015년 FA 시즌에도 타율 3할3푼2리 26홈런 90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계약기간 2년간 타율 2할9푼2리 51홈런 205타점 OPS .883. 계약 종료와 함께 현역 은퇴했다.
만 37세 이후에 20억원 이상 계약을 한 최초의 선수는 이호준이다. 지난 2013년 신생팀 NC와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하며 FA 이적에 성공했다. FA 계약 3년간 타율 2할8푼1리 67홈런 275타점 OPS .860으로 활약하며 NC가 빠르게 연착륙하는데 힘을 보탰다. FA 후에도 2년을 더 뛰며 NC에서 은퇴했다.
그 다음으로 LG의 레전드 이병규가 만 40세 나이에 고액 FA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14년 LG와 3년 총액 25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8억원 조건이었다. 2013년 역대 최고령 타격왕이 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한 이병규는 그러나 FA 3년간 117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 3홈런 34타점 OPS .597에 그치며 마지막 해 떠밀리듯 은퇴해야 했다.
이처럼 노장 선수들의 FA 고액 장기계약에는 부담이 따르지만 KIA는 김주찬에게 2+1년 27억원으로 대우해줬다. 최근 2년간 김주찬은 타율 3할2푼9리 35홈런 171타점 OPS .904로 펄펄 날았다. 나이가 들어도 방망이는 나날이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주장으로서 공헌도까지 인정받았다.
앞으로 김주찬의 활약은 향후 30대 후반 베테랑 FA 선수들에게 기준점이 될 것이다. 김주찬이 노익장을 이어간다면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시장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 김주찬 나이에 이 정도 계약을 따낼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올 시즌 후 3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LG 박용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용택은 내년에 만 40세가 된다.
김주찬은 5년 전 FA 시장에서 4년 총액 50억원에 KIA로 이적했다. 그해 FA 선수 최고액 몸값으로 시장 폭등을 이끌었고, 이듬해 FA 광풍의 기폭제가 됐다. 베테랑 한파 시대에 김주찬의 계약이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