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저지가 참 고마워요".
마이너리그를 대표하는 단어는 바로 '눈물 젖은 빵'이다. 메이저리그에 승격하는 순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야구에만 매진할 수 있지만 마이너리그는 다르다. 그 고생의 시간을 대변하는 단어가 바로 눈물 젖은 빵이다. 이에 대해 묻자 박효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배들은 마이너리그 생활이 힘들고 외롭다고 하더라. 내 경우, 성적에 좌우되는 것 같다. 야구가 잘될 때면 아무리 장거리 이동해도 힘들지 않았다. 반대로 슬럼프에 빠질 때면 확실히 미국 생활이 힘들었다".
야구를 최우선으로 놓고 있기에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바꿔 말하면 성적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염려가 따를 수 있다. 박효준도 이에 동의했다. 때문에 2017시즌은 이를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삼았다. 박효준은 "첫 두 시즌과 지난해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이다. 흔들리면 안 된다고 거듭 되뇌었다. 이제는 조금 의연해진 것 같다. 내 야구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덤덤이 말했다.
마이너리그 팀 클럽하우스에는 하루종일 메이저리그 경기가 중계된다. 박효준도 빅 리그 경기를 챙겨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쟁쟁한 별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그의 마음을 훔친 이는 마이크 트라웃(27·LA 에인절스)이었다. 그는 "정말 꾸준한 것 같다.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어느 정도 모습은 유지한다. 그리고 그 슬럼프를 금세 털어낸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선수들이 마냥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박효준은 빛나는 눈으로 애런 저지(26·양키스)와 추억을 꺼냈다. "정말 나이스한 선수다. 정말 야구 잘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박효준이 표현한 저지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양키스에 지명된 저지는 2017년 완전히 만개했다. 저지는 지난해 155경기에 출장해 메이저리그 역대 신인 최다인 52홈런을 때려냈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화려하게 피어난 저지에게도 마이너리그 시절은 있었다. 저지는 2016년 8월 처음 빅 리그를 밟았다. 그 전 봄까지만 해도 박효준과 함께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식사시간, 박효준은 '혼밥' 중이었다. 그때 저지를 비롯해 몇몇 나이 많은 마이너리거들이 식당에 들어섰다. 그들끼리 뭉치려던 찰나, 저지가 박효준 앞에 앉은 뒤 다른 선수들을 불렀다. 자칫 외로울 법한 박효준 향한 배려였던 셈이다. 저지는 식사를 마치고도 박효준이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박효준은 "얘가 날 좋아하는지 착각할 정도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지에게 한국은 남다른 의미다. 저지와 그의 친형 존은 모두 입양아다. 존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고, 현재도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재직 중이다. 박효준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박효준은 "야구 외적인 생활면에서도 정말 바르다. 팀 동료들에게도 각별히 신경 쓴다. 기량을 떠나 클럽하우스 리더로 충분한 선수다"라고 저지를 극찬했다.
동경하는 트라웃과 고마운 저지. 박효준도 언젠가 그들 옆에 나란히 서는 날을 꿈꾸고 있다. 다만, 조바심은 내지 않는다. 박효준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매년 정말 중요하다"라고 입을 연 뒤 "승격이나 성적에 관한 목표도 따로 세우지 않겠다. 그저 다치지 않고 내 야구를 100% 하고 싶다"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ing@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