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유행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박효준(22·뉴욕 양키스 산하 상위 싱글A)도 그 유행에 따른 이 중 한 명이었다. 성공보다 실패의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오르고 있다.
박효준은 야탑고 3년간 6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5푼5리, 7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007에 달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며,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국제 유망주 13위에 그를 올렸다. 박효준은 2015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금 116만 달러(당시 약 11억 원)에 계약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이 월등한 건 아니었지만 매년 한 단계씩 리그 승격했다. 2루수와 유격수 모두에서 경험을 쌓으며 주전을 도맡았다. 지난해 시작부터 상위 싱글A 승격을 예상했지만, 시점은 조금 늦었다. 박효준은 지난해 8월1일부로 상위 싱글A에 콜업됐다. 시즌 초반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랭크됐기에 조금 더 이른 콜업이 예상됐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시즌 한 달 조금 더 남겨둔 시점의 승격. 박효준은 "페이스가 떨어질 때 승격했다. 조바심도 나고 지쳤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상위 싱글A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24경기 출장 타율 2할1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645, 1홈런, 5타점. 박효준은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선수들 수준이 확 뛸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단,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연령대가 높아지다 보니 할 땐 하고, 쉴 땐 쉬면서 자신의 루틴을 확실히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메이저리그식 선수 관리 같다"라고 자평했다.
2015시즌 루키 리그에서 첫 발을 뗀 박효준은 해마다 한 단계씩 승격을 거듭했다. 승격의 대명사격인 추신수도 4년차에 더블A에 입성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박효준의 케이스가 그리 더디지 않은 이유다. 그는 "알면서도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승격보다 내 야구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상위 싱글A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만족을 표했다. 박효준은 "솔직히 첫 2년 동안은 야탑고 시절보다 못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 박효준이 미국의 박효준보다 월등했던 셈이다. 환경 차이 탓에 적응을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올해 경험이 쌓인 건 분명하다. 앞선 2년이 밑거름으로 작용한 셈이다. 올해는 자신있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효준이 아무리 잘하더라도 승격은 별개의 문제다. 팀 사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양키스의 키스톤은 그야말로 유망주 포화상태다. 글레이버 토레스, 타이로 에스타라다, 미겔 안두하 등 유망주들이 즐비한 상황. 올 겨울, 지안카를로 스탠튼(전 마이애미)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2루수 스탈린 카스트로를 비롯해 내야수 호세 데버스가 팀을 떠난 건 박효준에게 호재다. 그는 "2루수와 유격수 모두 소화할 자신 있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라고 해도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며 "팀 유망주 사정을 신경슨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 나와의 싸움이다. 물론 첫 소속팀인 양키스에서 빅 리그를 밟는다면 좋겠지만, 욕심 없이 열심히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첫 2년은 나와의 싸움에서 100% 완패했다. 지난해는 달랐다. 질 때도 있었지만, 이긴 적도 있었다. 복잡함을 버린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박효준의 이야기다. 이제 박효준의 시선은 메이저리그 승격보다 '자신의 야구'에 맞춰져 있다. ([오!쎈 인터뷰②]에서 계속)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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