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이 천호진의 상상암 전개로 인해 극과 극의 반응을 얻고 있다. 일단 시청률적으로는 웃었으나 당황스럽다는 지적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시청률 43.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했다. KBS 주말극이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오는 위치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높은 시청률을 얻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반응이 너무나 뜨겁다.
방송 후 해당 회차에 대한 기사에 대한 댓글 수가 폭발적이며, 지난 방송에서 등장한 '상상암'이라는 병명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황금빛 내 인생'에 쏠리는 관심이 엄청나다는 의미.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여느 주말극과 마찬가지로 출생의 비밀, 재벌가 등의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의 차별점은 이를 너무나 현명하게 활용했다는 점. 게다가 놀라운 전개 속도로 일명 '고구마 전개 없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시청자들의 예상이 빗나가는 전개 방식은 호평과 함깨 매회 최고 시청률을 이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황금빛 내 인생'도 이 같은 장점을 잃어버린 채 도돌이표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서지안(신혜선 분)과 최도경(박시후 분)의 로맨스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 좋아한다고 고백만 했을 뿐 여전히 사귀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두 사람이다.
게다가 이제는 가족들에게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서태수(천호진 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있는 가운데 위암이 아닌 상상암을 앓고 있다는 반전 전개가 이어져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서태수가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으면 상상암까지 만들어냈을까 하는 반응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황당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서지안을 둘러싼 인물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딸을 바꿔치기한 양미정(김혜옥 분)을 시작으로 진실 앞에 무너져 생을 마감하려 했던 서지안, 진실을 알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판단해 버리는 서지수(서은수 분), 내가 더 중요하고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없다는 판단으로 낙태를 하려하는 며느리 이수아(박주희 분) 등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행동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여기에 서태수의 상상암까지 등판, 황당함의 정점을 찍었다.
이쯤되니 시청률을 위한 반전 전개가 아니냐는 쓴소리도 터져나온다. 분명 현대 사회에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얼마나 힘들었음 이럴까 싶어 이해가 절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상상암' 전개는 지금껏 서태수의 안쓰러운 삶을 응원하며 지켜봤던 시청자들에겐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전개다. 과연 소현경 작가는 남은 회차에서 시청자들을 제대로 설득시킬 수 있는, 공감형 가족애를 보여줄 수 있을까. /parkjy@osen.co.kr
[사진] '황금빛 내 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