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프로행. 그만큼 절실함을 안았다. 두산 베어스의 권민석(19)이 '하위 라운더의 반란'을 그렸다.
지난해 9월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행사장. 서울고 강백호(kt)의 이름부터 불린 가운데, 강릉고 내야수 권민석은 정확히 100번째에 이름이 불렸다. 권민석의 이름이 나옴과 동시에 신인 드래프트는 막을 내렸다. '문 닫고' 프로행이 확정된 것이다.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권민석은 지난 8일 이천 베어스파크에 들어와 훈련을 시작했고, 12일에는 '부모님 초청행사'를 통해 프로 첫 발 '신고식'을 했다.
"마지막이라 기대도 안했는데, 정말 기분 좋았다" '부모님 초청 행사'를 마친 뒤 만난 권민석에게 지명 당시에 대해 묻자 권민석은 여전히 설렘이 남아있는 얼굴로 답했다.
그동안 KBO에는 지명 순위와 관계없이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많았다. 두산으로 한정해도 주전 포수 양의지는 2006년 8라운드(전체 59순위)로 입단했고, 오재원은 2004년 9라운드(72순위)가 돼서야 이름이 불렸다. 지명회의 때 이름이 불리지 않고,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현수(LG)는 메이저리거 진출에 성공했고, 서건창(넥센)은 신인왕, MVP를 받으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권민석의 목표 역시 이들과 함께 '하위 라운더 성공사'를 잇는 것이다.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두산의 내야진은 10개 구단 중 최상위에 꼽힐 정도로 탄탄하다. 특히 권민석이 주로 뛰었던 유격수 자리에는 김재호와 류지혁이라는 '국가대표 내야수'가 둘이나 있다. 여기에 황경태, 서예일(경찰청) 등 젊은 선수 중에서도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가 많다.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 생존해야만 한다.
일단 권민석 역시 체격 조건 등 자질은 충분하다. 185cm의 76kg라는 당당한 체구에 강한 어깨가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타격을 비롯해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는 만큼, 권민석은 "정말 열심히 해야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이야기했다.
냉정한 프로 세계를 앞둔 가운데, 홍성흔 코치(샌디에이고)의 강의는 권민석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홍성흔 코치는 12일 신인 선수들과 부모 앞에서 자신의 프로 18년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권민석은 "홍성흔 코치님께서 말씀해주신 스스로를 분석하는 방법 등을 잘 적용해서 해보겠다"라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이천에서 잘 갈고 닦은 뒤 꼭 잠실에서 뛰고 싶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일단 2월 대만 2군 스프링캠프에 따라가는 것이 목표다. 몸을 잘 만들겠다"라며 "김재호 선배님과 같이 안정적인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