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은 열정과 집념을 가진 노력파 배우이다. 그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지닌 비결은 이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 자신이 가진 기량 이상을 보여주는 준비된 선수이다.
이달 17일 개봉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그런 그의 노력이 한층 더 빛난 작품이다.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청년 진태 캐릭터를 맡아 일명 美친 연기력을 발산했다.
살면서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던 그가 6개월여 간의 연습 끝에 꽤나 대단한 연주 실력을 지니게 됐다.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쓴 게 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겸손한 박정민만 그 이유를 모르고 있을 뿐.
박정민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6개월 정도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영화 속 연주 장면은 제가 소화했다”며 “몇 곡은 선곡이 늦게 됐는데 마지막 엔딩곡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결정됐었기 때문에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연습을 해왔다. 안 될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되더라”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에 캐스팅이 된 그 날 곧바로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 연습을 시작했다. 바이엘이나 하농처럼 기초적인 기술훈련을 하다가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농부터 하다가 이걸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제작사에서 개인 레슨 선생님을 붙여주셔서 계속 연습을 했다. 감독님이 나중에는 피아노 한 대를 사주셔서 집에서도 연습했다(웃음). 지금도 유용하게 쓰고 있다.”
박정민은 피아노 연주는 물론이고 한 분야에 천재성을 가진 서번트증후군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다. 그만의 개성있는 캐릭터 묘사와 좋은 연기 덕분에 가능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박정민은 “결핍이 있는, 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거다. 진태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민은 “준비를 하다보니까 나의 욕심만으로 다가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서번트증후군이나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 그들의 가족들, 복지사 선생님들이 이 영화를 보셨을 때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철칙을 세웠다”며 “제가 완벽하게 해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철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근데 어렵더라”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올해 ‘그것만이 내 세상’부터 내달엔 ‘염력’(감독 연상호), ‘변산’(감독 이준익)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사바하’(감독 장재현) 및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의 촬영을 진행 중.
“어느 날 ‘내가 무슨 계기로 일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천만 영화나 대박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아닌데 한참 고민하다가 (영화제)신인상과 ‘동주’ 덕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현상이다(웃음). 일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2017년에는 소처럼 일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