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줄이야…"
2018시즌 개막이 7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KBO리그에는 여전히 7명의 FA 선수들이 미계약 신분으로 시장에 남았다. 그 중 가장 의외인 선수는 한화에서 FA로 풀린 내야수 정근우(36)일 것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정근우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줄 몰랐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 이변이 아닌가 싶다"고 말할 정도로 예상 밖 흐름이다.
▲ 한화, 2년 고수-無 옵션 이유
하지만 FA 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원소속팀 한화는 시즌 중 세대교체를 단행, 베테랑 FA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예상대로 한화는 지난해 11월 FA 시장이 열린 뒤 정근우에게 2년 계약을 최초 제시했다. 그 후로도 한화는 2년 계약을 흔들림 없이 고수 중이다. '2+1년' 같은 절충안도 전혀 없다.
정근우는 지난달 중순까지 구단과 3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뒤늦게 에이전트를 선임한 뒤 하와이로 개인 훈련을 떠나지만 상황은 요지부동. "2년 계약이 아니면 안 된다"는 한화 구단의 입장이 단호하다. 정근우 측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계약기간이 2년으로 원천 봉쇄돼 협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한화 구단은 정근우의 나이, 몸 상태, 옵션의 부작용 등을 이유로 2년 계약을 고수하고 있다. 1982년생으로 만 36세 베테랑이 됐고, 지난 2016년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주력이 떨어졌다. 도루 숫자가 6개로 감소했다. 최고 강점이었던 2루 수비도 전성기만 못하다. 한화 관계자는 "전보다 장타력은 상승했지만 수비와 주루에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충안으로 +1년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세세한 옵션 조건으로 현장 코칭스태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 성적에 따른 옵션은 선수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그만한 성적이 나지 않을 때 코칭스태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42세 노장 투수 박정진과 옵션없이 2년 계약을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한화가 완강한 데에는 그동안 베테랑 선수 FA 계약 결과가 좋지 않았고, 향후 예비 FA 협상 기조와도 연동된다. 그동안 활약에 대한 보상 성격 짙은 계약들이 팀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온정주의를 폐기하고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접근한다. 아울러 올 시즌을 마친 뒤 내부 FA만 5명. 리그에서 가장 많다. 원칙이 무너지면 다음 FA 시장에 고초를 겪을 수 있다.
▲ 이적 타이밍 놓쳐, 기한도 없어
정근우는 4년 전 FA 시장에서 총액 70억원 대박을 치며 SK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지난 4년간 한화 팀 내 최다 494경기를 뛰며 타율 3할1푼2리 592안타 47홈런 244타점 384득점 81도루 OPS .845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연속 3할대 타율, 두 자릿수 홈런. 만 36세 베테랑이 됐지만 아직 경쟁력 있는 2루수임에 틀림없다. 몇몇 팀에서 작은 관심을 보였으나 시기가 늦었다.
대다수 팀들이 올 시즌 전력 구성을 끝마쳤다. FA 주요 선수들의 이동은 11월에 거의 마무리됐다. 해외파 김현수만 12월에 이적이 완료됐다. 정근우는 FA 시장 개장 뒤 한화 잔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2년 계약을 제시받고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도 향후 협상 여지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계약안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제 이적 가능성은 사라졌다.
2년 제안에 묶여 협상도 원천 봉쇄된 정근우는 선택의 여지가 얼마 없다. 한화는 협상 기한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2월 스프링캠프 시작 전까지 계약을 완료하는 게 최상이지만 2년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1월에 계약을 할 생각은 없다. 정근우의 답을 기다릴 뿐이다 정근우 역시 4년 계약처럼 무리한 조건은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협상을 원하고 있다.
정근우로선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보다 좋지 못한 대우가 아쉽다. 정근우보다 1살 더 많은 김주찬은 KIA로부터 2+1년을 제시받았다. 2년 선배인 손시헌은 2년 15억원에 NC와 재계약했다. 김주찬·손시헌에 비해 정근우가 뒤떨어질 건 없다. 2년 계약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2년 계약 기준으로 한화가 정근우에게 제시한 금액은 손시헌보다 많다.
정근우는 오는 17일 하와이에서 개인훈련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한화가 2년 계약안을 끝까지 관철시킬지, 아니면 정근우와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