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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다언] '순수함' 잃은 단일팀, 평창에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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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2018 평창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생길 이유가 생겼다. 바로 남북단일팀 여부다.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스는 최근 "열흘 뒤 열리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남북간 회의 안건 중 하나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논의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단일팀이 성사된다면 북한 선수 3~8명 정도가 한국팀에 합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IOC가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남북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을 불러 4자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고 최소 3명에서 최대 8명의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한 장웅 IOC 위원은 북한 선수단 규모 등 의견을 제시했는데 단일팀 구성도 안건이다. 일단 북한 선수 중 단일팀에 합류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포기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이 유력하다. 그리고 개인종목이 아닌 여자아이스하키팀에 6~8명 선수가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여자 아이스하키에 북한 선수가 추가되면 기존 25명의 한국 대표팀 중 일부가 출전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특별히 남북 단일팀에만 엔트리를 늘려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올림픽 참가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북한 선수단의 규모는 20여 명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피겨 페어 종목의 두 선수와 아이스하키 6∼8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지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U-20축구대회에 이어 27년 만에 3번째 단일팀이 출범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은 최초가 된다.

하지만 여러 번 문제가 제기됐지만 10여 년 동안 준비를 했던 선수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국내에서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없었던 여자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아래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아낸 선수들이 많다. 이는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일이다.

그리고 국적까지 바꾸면서 대표팀에 합류한 재미교포 선수도 있다. 이처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최선의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물이 평창 올림픽 출전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입장 혹은 남북 단일팀이라는 이유로 기회가 박탈된다면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북미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펼치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수준이 메달권 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 자체가 가장 큰 성과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바쳐 준비해온 일들이 갑작스럽게 무산된다면 그 보다 더한 절망은 없다. 정치적인 이유로 그들이 해온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설상가상 남북단일팀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만 유독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20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웅 위원과 만나 남북 단일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또 단일팀 추진도 우리 정부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 정도.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준비돼야 할 남북 단일팀에 실무자인 IOC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남북 단일팀 가능성을 제기한 인사이드 더 게임스의 기사 내용에도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IOC 관계자의 언급이 없다. IOC가 주최하는 4자 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추측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졸속 단일팀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단일팀은 비단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엔트리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기를 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선택권은 없다. 가뜩이나 비인기 종목인 가운데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평생을 꿈꿔왔던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용기가 아닌 실망을 안길 이유는 많다.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은 가운데 추진할 경우 문제는 더욱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모두 수용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이뤄지려면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정치적인 입장의 단일팀은 스포츠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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