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로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을 받은 전현무. 그리고 8관왕에 빛나는 ‘나 혼자 산다’. 과연 그 속의 사람들은 이런 파란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와 이경하 작가는 “기대도, 상상도 못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MBC ‘나 혼자 산다’는 2017년 예능의 꽃이었다. 기안84와 박나래의 러브라인, 3얼간이 이시언, 기안84, 헨리와 ‘한달심’ 한혜진, ‘전회장’ 전현무까지.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나 혼자 산다’는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2017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등을 비롯, 8관왕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8년이 된 후 만난 황지영 PD, 이경하 작가는 예상했느냔 질문에 “전혀”라며 손사래를 쳤다.
“시상식 참석 당사자여서 그랬는지 우리는 전혀 몰랐다. 박나래가 대상 후보에 오른 것도, 김연경 선수가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도 본식할 때 알았다. 거기에 모두 전현무가 대상을 받을 거란 상상을 하지 못해서 뒷풀이 장소를 소박하게 돼지고기집을 잡았다. 돼지고기집 1차, 소고기집 2차를 가게 된 전말이 바로 그렇다. 본의 아니게 전현무가 돈을 아낄 수 있게 됐다.(웃음)”
“대상 받으면 소고기 쏜다”는 전현무의 공약에도 돼지고기집을 뒷풀이 장소로 마련했을 만큼 ‘기대 1도 없었다’는 ‘나 혼자 산다’팀. 하지만 그들은 MBC 방송연예대상을 휩쓸게 됐고, 이는 더욱 큰 감동으로 돌아오게 됐다. 황지영 PD는 “개인상은 하나씩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상과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나 혼자 산다’가 많이 받을 것이라 말했지만 우리끼리는 ‘글쎄’라는 분위기가 컸다. 사실 올해의 프로그램상은 정말 기대를 안 한 게 시청자 투표이기 때문에 결과를 알 수 없었다. MBC에는 특히 팬덤이 강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더욱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박나래의 대상 후보와 전현무 대상,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은 생각 못해서 더욱 감사했다.”
황지영 PD와 이경하 작가는 상의 기쁨도 컸지만, 1년 새 서로가 가족이 됐다는 생각에 더욱 뿌듯함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의 말처럼, 시상식 회장에서 테이블 위치도 달라지고, 수상에 대한 멤버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2016년 시상식에서 담당 PD 얼굴도 몰랐던 이시언은 2017년 시상식에서 다른 멤버들의 수상을 축하하다가 목이 다 쉴 정도가 됐다. 비로소 ‘한 팀’이 된 거다.
“2016년과 비교할 때와는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2016년 11월에 우리가 처음으로 다 함께 방송을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는 정말 서로를 잘 몰랐다. 1년이 지나 이젠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생겼다. 팀원들이 서로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더라. 특히 이시언은 다른 팀원들이 상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출연자들끼리 친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서로의 수상을 기뻐할 줄은 몰랐다.”
지난 1년을 압축한 ‘나 혼자 산다’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 박나래와 한혜진처럼, 제작진 또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울컥했단다. 이경하 작가는 “우리 걸 보며 우는 게 좀 웃기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제주도가 저랬지’ ‘나래학교 저랬는데’ 이러면서 나도 굉장히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한혜진과 박나래도 울었더라”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 작가는 특히나 마음이 남달랐을 터다.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건 팀이 잘해서 그런 거다. 모든 팀원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출연자들과 팀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했는데 내가 그냥 대표로 받았다고 생각한다. 식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뭘 잘했나 돌아보면 그냥 ‘내 역할 했다’는 생각만 든다. 팀원들끼리 호흡도 정말 좋고, 황 PD와도 잘 맞았는데 결과까지 좋으니 행복했다.”
황 PD와 이 작가는 “전현무도 아마 스스로가 대상을 탈 거라곤 생각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현무의 대상 수상 순간을 떠올렸다. 황 PD는 “전현무가 우수상을 받은 게 전부다. 그래서 최우수상이 순서라고 생각했다”며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황 PD는 ‘나 혼자 산다’ 팀의 떠들썩했던 뒷풀이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전현무의 대상은 타사 아나운서 출신에 우수상 이력이 전부인 그를 생각했을 때 정말 이례적인 결과였다. 뒷풀이를 갔을 때 돼지고기집에서 ‘전대상님’이 ‘얼른 배 채우라’고 재촉하더라.(웃음) 그 때 출연자들이 한 마디씩 일어나서 말을 했던 게 생각한다. 박나래가 ‘이 프로그램만큼 제작진이 출연자를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다’고 말한 것과, 한혜진이 ‘이 프로 아니면 예능인의 잔치에서 MC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와 만화에만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을 믿을 거다.(웃음)”
황지영 PD와 이경하 작가는 “출연자들이 제작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프로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참 고맙다”고 한 해동안 고생해준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제작진에게 별다른 요구 없이 따르는 출연자들, 출연자를 위해 고민을 아끼지 않는 제작진의 좋은 합이 있었기 때문에 ‘나 혼자 산다’의 2017년은 화려하게 마무리 될 수 있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