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이들의 현재 모습을 표현하는 한 단어다.
1980년생 동갑내기 정성훈과 무라타 슈이치는 세월에 떠밀려 무적 신세가 되어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성훈과 무라타는 닮은 부분이 많다. 나이 뿐만 아니라 내야수 출신으로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세대 교체의 바람에 퇴출 통보를 받았으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역 연장을 향한 의지는 진지하고 비장하다.
정성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팀내 1루수 자원이 많고 세대 교체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1999년 해태에 입단한 정성훈은 KIA, 현대, 히어로즈, LG에서 뛰면서 1군 통산 213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3리(7176타수 2105안타) 170홈런 969타점 1018득점을 기록했다.
정성훈은 기량이 검증된 베테랑 타자다. 이제 수비능력이 많이 떨어져 주로 지명타자로 활용되고 있지만 방망이가 전성기 못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지난해에도 타율 3할1푼2리(276타수 86안타) 6홈런 30타점 32득점을 기록했다. KBO 역대로 따져도 양준혁(은퇴)과 함께 공동 1위다. 한 경기만 더 나선다면 역대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당분간 추월할 만한 후보가 마땅치 않은 대기록이다. 개인 통산 1000타점 달성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무라타는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강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주포로서 맹위를 떨쳤다. 무라타는 2003년 프로 데뷔 후 통산 타율 2할6푼9리(6925타수 1865안타) 360홈런 1123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 요미우리에서 타율 2할6푼2리(381타수 100안타) 14홈런 58타점으로 녹슬지 않은 타격을 뽐냈다. 시즌 후 요미우리 구단은 "무라타의 재계약 불가 통보는 세대 교체를 위한 선택"이라며 "아무런 조건없이 풀어주는 게 선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훈과 무라타 모두 기량은 여전하다. 일부 FA 선수와는 달리 FA 이적에 따른 보상금 또는 보상 선수가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1루, 지명타자, 우타 대타 자원으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다만 육성 바람이 거센 가운데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었다. 자유의 몸이 된 정성훈은 KIA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일고 출신 선수로서 해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고 김기태 감독과 함께 했던 인연이 그 이유다.
무라타는 아직까지 성과가 없는 분위기다. 현역 연장 의사는 강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 대만 등 해외 무대 또는 독립리그 진출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한 마음은 더욱 커질 듯. 무라타는 "이대로 끝나면 어쩌나. 그래도 아직 야구가 하고 싶다. 내가 고를 상황은 아니다.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개인 통산 2000안타 달성에 135개를 남겨둔 무라타는 대기록 달성 후 현역 유니폼을 벗겠다는 각오다.
정성훈과 무라타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향후 2~3년 정도는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뽐낼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이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현역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what@osen.co.kr
[사진] 정성훈-무라타 슈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