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배우 강동원에게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아들의 모습을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서 그대로 재현해줬기 때문이다.
‘1987’은 1987년 1월 벌어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전두환 정권 탓에 그 해 6월까지 이어진 전 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을 담은 영화다. 강동원은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자 만화사랑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았다.
이 열사는 반독재투쟁에 가담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했으며, 6월 9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개최하기로 한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앞두고 열린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전경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6·29 선언의 도화선이 됐다.
이한열 기념사업최 측은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지난해 4월 강동원 씨가 광주 망월동의 이한열 열사 묘소와 지산동의 어머님 댁을 찾아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치 이한열 열사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묘소에 갔을 때 신기한 일이 있었다. 1987년 7월 9일 광주 금남로에서 진행됐던 노제 때, 5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인 그 곳에, 파랑새 한 마리가 만장 위에 한참 앉아있다 날아갔다. 사람들이 ‘한열의 넋이 다녀 갔나보다’고 했었다. 이날도 한열이 묘소에 박새 한 마리가 묘비 한가운데 한참 앉아있다 날아갔다. 마치 자신을 연기할 강 배우를 응원하려 박새로 변한 넋이 다녀가나 싶다.”
이 열사의 어머니는 이날 일정을 위해 강동원이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밥상을 차려줬다고도 회상했다. “차가 막혀 강 배우가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사실을 아시곤 어머니가 불낙 전골에 밥을 차려주셨다. 잘 먹어서 ‘예쁘다’고 하셨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강동원은 영화 촬영 전 이한열 기념관을 찾아 생전 그의 옷과 신발 등 흔적을 살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이 열사의 어머니가 촬영장을 찾는가 하면, 강동원은 국내 일정이 없을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뵀다고 한다.
이한열 기념사업회 측은 “강동원 배우는 모든 촬영이 끝나고 후시녹음까지 끝난 지난해 11월 또 광주댁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상 차리는 걸 돕기도 하고, 어머님은 직접 마당에 심어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아 싸주셨다”며 “어머니가 강동원 배우를 ‘예쁜 사람’ 또는 ‘아기’라고 부르신다. ‘아기(강동원)가 애쓰고 했는데 수고했다고 말만 하지 말고 가서 봐야 안 쓰것냐’고 했다. 아들 역할을 해준 강동원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개봉한 ‘1987’은 어제(10일)까지 461만 1969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이한열기념사업회 공식SN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