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뒤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이종욱(38)에게 지난 시즌은 시련의 계절이었다. 세대교체의 기류 속에서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시즌 시작도 늦었다. 107경기 출장해 타율 3할8리(318타수 98안타) 5홈런 34타점 52득점 9도루의 기록을 남겼다.
수치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7년 연속 100안타 기록이 깨지기도 했고 2010년 이후 최저 타석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종욱에게 기회는 제한됐다. 결국 지난 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재취득 했지만 시장의 홀대와 세대교체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1년 총액 5억 원(계약금 3억, 연봉 2억)의 계약을 맺는데 그쳤다.
이종욱은 “지난 시즌은 시련이라기 보다 좋은 경험을 했던 시즌이었다.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고 어린 선수들과 대화도 하면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더해진 시즌이었다”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개인 입장에서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FA 계약이다. 그러나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있다. 그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1년 이지만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제가 야구를 더 잘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어릴 때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제는 뒤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경쟁도 피할 수 없다. 그는 일단 “경쟁보다는 경기장에서 어느 순간에 나서든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런다면 저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 동갑내기인 손시헌이 주장을 맡았고, 이종욱도 함께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후회 없는 시즌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저는 (손)시헌이가 하는 걸 뒤에서 더 도와주도록 하고, 서로 팀을 잘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사실 올해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 후배들과 뒤에서 대화를 더 많이 하면서 야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야구의 욕심을 내지 않고 시즌을 임할 것이다. 웃으면서 즐겁게 하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못했던, 해보고 싶었던 야구를 후회없이 해보고 싶다. 폼도 바꿔보면서 도전해볼 것이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나면 성적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