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미스터리함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남자였다. 한 여자만을 기다리는 로맨틱함에 사업적으로 방해가 되는 이들에게는 저주스러운 일이 벌어진다는 의문점으로 한껏 관심이 고조됐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사랑하고 사랑받는, 한정적인 인물로만 그려지고 있다. '흑기사' 김래원 활용법이 참 아쉽게 다가온다.
현재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KBS 2TV '흑기사'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200여년에 걸친 사랑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김래원 신세경 서지혜의 전생에서부터 이어져온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생에서 악연으로 얽힌 세 남녀가 현재 다시 만나 치명적인 사랑을 지속한다는 내용. 샤론(서지혜 분)은 전생의 해라(신세경 분)을 불에 태워 죽인 죄로 평생 늙지도 죽지도 않는 저주를 받게 됐다.
이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수호(김래원 분)와 해라의 사랑을 이어줘야 하는데, 절대 그럴 마음이 없는 샤론은 어떻게든 수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샤론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어라"라는 말로 인해 돈에 집착을 하게 된 박철민(김병옥 분) 때문에 수호의 아버지가 죽게 된 사실이 드러났다.
모든 악연과 비극의 시작은 샤론이었던 것. 질투심으로 똘똘 뭉친 샤론과는 반대로 해라는 의외로 쿨한 모습으로 수호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을 드러냈다. 수호 역시 해라 아닌 여자에게는 철벽을 쳤다. 아무리 샤론이 발버둥을 쳐도 수호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수호와 해라는 매회 달달함의 정점을 찍는 고백과 스킨십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김래원은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달달한 눈빛과 표정, 그리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사랑 고백을 해 여성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김래원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흑기사'다.
하지만 '흑기사'의 김래원 활용법은 아쉬움을 남긴다. 몇 회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중인 '흑기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역시나 수호와 해라의 로맨스다. 그러나 매회 터져나오는 달달한 고백들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해라와 샤론, 백희(장미희 분) 등 여자 캐릭터들이 워낙 개성 강하게 그려지다 보니 수호가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수호는 해라를 사랑하고, 샤론에게 사랑 받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인가 하는 물음표까지 생긴다. 초반 긴장감을 형성했던 미스터리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여전히 김래원이라는 배우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수호는 분명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완벽남이자 매력남이다. 하지만 계속 이 상태로만 남는다면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종영까지 9회나 남아있는 '흑기사'에 전환점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흑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