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작품에서 한 번 만나는 것도 평생 있을까 말까 한 어려운 일인데, 호흡을 맞추는 작품마다 흥행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윤석과 하정우가 기적에 가까운 일을 일상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해내고 있다. 이젠 누가 뭐래도 자타공인 흥행 단짝인 셈이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서 김윤석과 하정우는 각각 대공수사처장과 검사 역을 맡아 또 한 번 대립하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앞서 '추격자'(감독 나홍진, 2008), '황해'(감독 나홍진, 2010)에서 강렬하게 부딪쳤던 이들이 세 영화 모두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인 데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절친한 선후배 관계이다. 하지만 실제와 달리 유독 작품에서만은 대립하는 캐릭터로만 만나고 있다. 언젠가는 실제처럼 서로의 우정이 빛나는 캐릭터로 만나길 기대해본다.
'1987'의 호흡은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이 먼저 김윤석에게 박처장 역할을 제안했고 그가 하정우에게 '최검사 역할을 맡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직접 전달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김윤석과 하정우가 둘이 만났다가 나중에는 장 감독, 이한열 역을 맡은 강동원까지 이태원의 막걸리 집에서 합세해 '1987'의 막강 라인업이 완성됐다.
김윤석과 하정우는 함께 있는 그림이 쉽게 떠오르지만, 매번 빚어내는 시너지가 궁금한 조합이다. 두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과 연기력에 대해 관객들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신뢰감을 보낸다. '추격자'부터 '황해', '1987'까지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김윤석과 하정우가 자신들만의 고유한 개성과 에너지로 극의 재미와 감동을 촘촘하게 완성했다.
하정우는 지난달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윤석 선배와 '추격자'를 촬영할 당시 얻었던 경험이 현재 작품을 촬영하는 데 많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며 선후배 관계 이상의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까지 세 작품이나 함께한 두 사람을 또 언제 같은 프레임 안에서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하지만 언젠가 또 연기 호흡을 맞출 두 사람의 시너지에 한층 더 높은 기대감이 실린 것은 분명하다./purplish@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