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또 하고 싶다".
KIA 베테랑 내야수 이범호(37)는 2017시즌 많은 것을 이루었다. 자신이 목표로 세웠던 300홈런, 1000타점을 달성했다. 그리고 일생의 소원이었던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루었다. 올해 프로 데뷔 19년째를 맞고 우리 나이로 38살이 된다. 여전히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기둥이다. 이적 선수가 아니라 마치 오래된 소나무처럼 팀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실력에서도 여전히 주전 3루수로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그의 아성을 넘어설 후배들이 보이지 않는다. 작년에는 부상으로 115경기에 그쳤지만 올해는 140경기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0경기와 3000루타도 시야에 두고 있다. 그는 "홈런 25~30개 정도는 칠 수 있다"면서 "한번 우승하니까 우리 선수들이 또 우승하고 싶다고 한다"면서 우승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나 새해를 맞는 마음을 들었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나름대로 전지훈련을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다. 살이 3kg 정도 빠졌다. 식단 조절도 하고 있다. 이 시기가 살이 가장 많이 찐다. 웨이트 훈련으로 근육이 붙어야 몸무게가 늘어난다. 작년은 우승하느라 10월 말까지 야구했다. 원래는 10월 초면 끝났는데 한 달 더했다. 쉬는 기간이 짧아 몸을 만들기는 더 쉽다. 한달 동안 부지런히 잘 만들겠다.
-2017시즌은 야구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
▲너무 행복한 질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성적을 본다면 재작년이 훨씬 화려했다. 작년에는 부상 때문에 140경기도 못뛰었고 안타도 50개나 줄었다. 홈런과 타점 말고는 만족한 시즌 아니었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즌이었다. 야구하면서 단 한번도 1등 못했다. 우승을 못하고 야구 생활을 끝내는 선수들도 많은데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1000타점과 300홈런, 우승도 했으니 많은 것을 이루었다.
-작년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작년 공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수비는 부족했다. (나이 때문에) 순발력이나 감각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순발력 위주의 운동을 하겠다. 물론 야구는 순발력만 있다고 수비가 좋은 것은 아니다. 타자들의 타구 길을 잘 알아야 한다. (오랜 경험으로) 나는 많은 것을 머리속에 확보하고 있다.
-20 만루홈런이 하나 남았는데 새해 목표가 있다면?
▲만루홈런 20개 보다는 2000경기가 우선이다. (119경기 남았다) 만루 홈런은 쉬운 것은 아니다. 하늘에서 기운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3000루타(-98개)도 이루겠다. 10년 전 인터뷰 기사가 대구 집에 있다. 2000경기, 1000타점, 300홈런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37살의 나이이다. 세월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생일이 11월이라 아직 37살이 아니다. (김)태균이와 (이)대호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내가 실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은퇴를) 판단하겠다. 그러나 아직은 힘도 있고 몸의 반응도 좋다. 140경기를 뛴다면 홈런은 25~30개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다. 내가 화려한 성적은 내지 않지만 기본적인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올해도 우승할 수 있는가?
▲작년 초반 두산이 강해 KIA는 우승 전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김)민식이와 (이)명기가 오면서 우승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자만하지 않고 부상이 없으면 또 할 수 있다. 야구 욕심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긍정적 요소이다. 우승 맛을 알면 또 하려는 마음이 강해진다. 선수들도 한번 우승을 해보니 새해 인사할 때 "우승하니 너무 좋다. 올해도 한번 하자"고 말들을 많이한다. 그리고 투수력, 공격력에서 누수가 적다.
-세 팀에서 뛰었지만 KIA와 궁합이 잘 맞는것 같다.
▲정말 KIA에 참 잘왔다. KIA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구단이나 코치분들 모두 잘해주신다. 특히 사장님이 성심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직원분들이 내가 안될때도 따뜻하고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더욱 운동을 절실하게 하고 있다. 와이프나 아이들도 광주 생활을 너무 만족해한다. 다른 곳에 놀러 가더라도 "빨리 광주가자"고 한다.
-100만 관중 등 팬들의 힘도 컸던 것 같은데.
▲ 100만이 들어온 야구장에서 야구 처음해봤다. 주말에 관중분들이 오셨는데 많이 졌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주말에 이겨야 더 많이 오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KIA는 전국구 구단이 맞더라. 어디를 가더라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신다. 서울가면 거의 만원이다. 명기와 민식이가 경기장에 도착할 때 맞이하는 팬들을 보고 "와 이렇게 팬들이 많아요"라며 놀라더라. 마지막 선수 생활을 우리나라 최고 인기구단에서 한다는 것이 뿌듯하다. 타이거즈맨으로 여기서 야구를 끝내겠다. 이 팀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