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고 실패하는 건 나약하다".
정민철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신인 선수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했다. 10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정민철 위원은 '선배와의 만남' 시간을 통해 신인 선수들이 갖춰야 할 태도와 소양에 대해 아낌 없이 조언했다.
주제는 '2등의 삶은 없다. 오직 최고를 향해 달려라'. 정민철 위원은 "신인 선수들 사이에선 계약금이나 지명 순위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프로에선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나 역시 1992년 계약금을 적게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등 다른 동기 선수들에 뒤져 열등감도 있었지만 그것을 자양분 삼았다"고 신인 시절 경험을 전했다.
정 위원은 학창 시절 유급을 했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그는 "중학교 때 신체조건이 작아 유급을 하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1992년 한화(빙그레)에 입단한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며 "1999년 한화의 첫 우승도 경험했다"고 어려움을 딛고 전성기에 오른 시절을 돌아봤다.
이어 정 위원은 "우승 후 일본 명문 요미우리에 좋은 조건으로 입단했다.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맹세했지만 정점을 찍는 순간이 위험하다. 그동안 본인한테 약속했던 루틴과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된다. 나태했고, 연습을 소홀히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참담한 실패를 하고 돌아왔다"고 인정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정 위원은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2군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자존심 상하고 팀에도 미안하고, 속상했다"며 "하지만 인생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M자와 같다. 실패를 견딜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핑계 대지 않고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도전하지 않고 실패하는 건 나약한 행동이다.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도전하는 정신을 강조했다.
신인들이 중압감을 벗어나길 바라는 당부도 전했다. 정 위원은 "프로에선 언론, 팬, 가족까지 모두의 시선이 여러분에게 간다. 그럴수록 자존감을 지키며 스스로를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며 "지금 여기 강백호(kt) 선수가 있다. 팬들은 타율 4할을 치고, 30홈런을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플레이로 기쁨을 느끼며 성장해야 할 나이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힘들 것이다"는 말로 마인드 컨트롤을 주문했다.
한화에서 등번호 23번이 영구결번된 정 위원은 "나의 가장 큰 자부심이 영구결번이다. 힘들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그러한 자부심이 (돌출행동을) 억제하게 만든다. 프로에서는 뜻하지 않게 공격을 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여러분도 각자 자부심을 갖고 참아내길 바란다. 강해지기 위해 자제력을 키워야 한다"며 "노력에는 재능이 없다. 여기 모든 선수들이 제2의 박찬호, 제2의 이승엽이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지난 1992년 빙그레에 입단한 정민철 위원은 2009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393경기 161승128패10세이브 평균자책점 3.51 탈삼진 1661개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다승 2위이자 우완 투수 1위에 빛나는 위업을 남겼다. 1994년 평균자책점·탈삼진 1위, 1997년 탈삼진 1위에 올랐다. 현역 시절 등번호 23번은 한화의 영구결번이 됐다. 은퇴 후 한화 투수코치를 거쳐 해설위원과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를 맡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