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다.” ‘언터처블’ 고준희의 연기에 대한 반응이다. 날카로운 눈빛이라든지 무표정으로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는 고준희를 보고 있으면 오싹하기까지 하다.
고준희는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극본 최진원, 연출 조남국)에서 전직 대통령 딸이자 장기서(김성균 분)의 부인 구자경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구자경은 뛰어난 두뇌와 권력욕을 가졌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화려한 일상 뒤에 고요한 분노와 증오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언터처블’에서 고준희를 보고 있으면 “무섭다”, “서늘하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다. 날카로운 눈빛과 냉소적인 미소, 시크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렇다.
구자경은 감정의 폭은 크지만 표정변화가 별로 없는 캐릭터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아도 표정변화가 크게 없다. 때문에 구자경 캐릭터의 냉소적인 면이 더욱 부각된다.
마치 고준희가 그동안 구자경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였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고준희가 아니었으면 다른 어떤 배우가 구자경 캐릭터를 이처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고준희는 전작을 보더라도 ‘언터처블’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전작 ‘그녀는 예뻤다’에서 김혜진(황정음 분)의 친구이자 지성준(박서준 분)을 짝사랑해서 혜진과 성준 사이를 잠깐 방해했던 민하리를 연기했었는데 세상 발랄하고 통통 튀면서 그리고 어떤 때는 막춤을 추기도 하는 등 코믹한 면이 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언터처블’에서 ‘그녀는 예뻤다’와 극과 극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일이 진행됐을 때는 일명 ‘썩소’, 한 쪽 입고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부터 눈에 힘을 주지 않았어도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식탁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며 호두를 까고 있는 모습은 소름이 끼칠 만큼 서늘하다.
또한 지난 방송에서는 남편 장기서 때문에 아이를 유산하고 병원을 찾아온 장기서의 목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죽어”라고 하면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 또한 그랬다.
‘언터처블’에서 제 옷인 것 마냥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 섬세한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준희. 이번에 그의 연기변신은 ‘슬기로웠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