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위기’ 최준석- ‘미동 없는’ 롯데, 기류조차 없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1.10 06: 05

아예 어떤 기류조차 형성이 안 됐다. 답답한 심경의 끝을 달리고 있는 선수 입장과 미동조차 아예 없는 구단 입장이 극과 극이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소속팀을 찾고 있는 최준석(35)과 원 소속구단인 롯데의 현재 상황이다.
최준석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지난 2001년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두산으로 트레이드를 되어 잠시 롯데를 떠났지만 이후 지난 2014년을 앞두고 FA 자격으로 돌아왔다.
두산에서 부상 등으로 불규칙한 출장 기회를 얻었지만 롯데로 돌아온 뒤에는 붙박이 지명타자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에는 144경기 전 경기 출장하면서 타율 3할6리(507타수 155안타) 31홈런 10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57의 기록을 남겼다. 커리어 하이. 롯데에서 최근 4년 동안 타율 2할8푼8리 87홈런 351타점 OPS 0.886를 기록했다. 통산 홈런(197홈런)의 44.2%, 통산 타점(857타점)의 41%를 최근 4년 동안 쓸어 담으며 롯데에서 사실상 최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5년 정점을 찍은 최준석의 기록은 조금씩 하락했다. 타율은 2016년 2할6푼2리에서 지난해 2할9푼1리로 상승했고, 타점 역시 70개에서 82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홈런 개수가 31개에서 19개-14개로 줄어들었다. 출루율과 장타율 역시 각각 3할8푼4리에서 3할6푼4리로, 장타율 역시 0.468에서 0.430으로 급감했다. 공교롭게도 조원우 감독 부임 이후 2년 간 성적은 떨어졌고, 출장 기회와 입지 역시 앞선 2년과는 판이했다.
일단 조원우 감독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조원우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은 좀 더 빠른 야구,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에서 강점을 보이는 야구였다. 지난해 롯데는 주루 플레이에서 기대할 것이 없는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삼성)가 나란히 중심 타선에 붙어 있었다. 득점 루트 창출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 방이 아니면 득점을 쉽사리 낼 수 없는 구조였다. 지난해 최준석이 24개, 이대호가 22개로 병살타 최다 1,2위에 올랐다. 이들 뒤에 포진했던 강민호(15개), 앤디 번즈(18개)도 병살타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팀 병살타는 146개로 독보적인 1위였다. 원활한 득점 루트 창출이 힘들었다.
그래도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타자가 라인업에 포진해야 했기에 최준석은 필요한 존재였다. 분명 지명타자로 가치 있는 존재다. 최근 2년 하락세를 보였다고 해도 기회를 준다면 충분히 아쉬움 없는 활약상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대호가 돌아오면서 최준석의 입지 역시 줄어들었다. 입단 동기에 비시즌 함께 운동을 할 정도로 이대호와 돈독한 사이이지만, 되려 이대호의 복귀가 최준석의 진로와 입지에는 독이 됐다. 포지션이 겹치고 성향도 비슷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록과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에서 최준석은 이대호에 미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조원우 감독이 3년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는 원년과도 같은 해가 올해다. 확실한 방향 설정이 필요했다. 최준석의 공격력 공백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병헌의 가세로 인한 득점 루트의 다변화, 그리고 외야 자원들과 이대호의 체력 안배를 목적으로 지명타자 자리로 활용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 역시 투수진에 비해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내야진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현장의 방향 설정, 그리고 구단의 입장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 대형 FA들에 대해서는 한 없이 뜨거웠고 지갑을 열었지만 최준석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시장 개시 전부터 최준석을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하고 협상 테이블조차 제대로 차리지 않았다.
최준석은 현재 개인 훈련을 하면서 다른 구단들의 제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는 이미 타 구단 이적 시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상태이지만, 시장 상황도 냉담하다. 보상금만 출혈이 있다고 하더라도 12억 원이다(지난해 연봉 4억 원).
최준석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다른 베테랑 FA인 정근우와 김주찬은 원 소속팀인 한화, KIA와 계약 기간 등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최준석은 변변한 제의조차 받지 못했다. 협상의 기류 자체가 형성이 안 된 것이다. 최준석은 이렇게 FA 미아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 소속 구단인 롯데는 현재 미동조차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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