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강동원이다.
영화 흥행 부진과 외증조부의 친일파 논란을 겪으며 강동원의 행보에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다시 또 강동원은 대중에게 존재감을 환기시켰다.
강동원은 지난 2016년 도전 정신을 갖고 출연한 영화 '가려진 시간'의 흥행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기대작 '마스터'의 평이 생각보다 미지근하면서 숨고르기 하는 모습을 보였던 바다. 그의 영화가 언제나 흥행 대박이 났던 것은 아니지만, 강동원이라는 이름과 얼굴 자체가 갖는 존재감이 막강하기에 약간의 부진도 더 도드러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에 지난 해 3월 강동원에게 불거진 외증조부의 친일파 논란과 그 확산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보였다. 워낙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기 때문. 강동원은 고개를 숙였다. 소속사를 통해 "이번 일을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또 반성하겠다.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개 사과 후에도 과연 강동원이 관객들에게 예전과 똑같은 감동을 안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지만, 강동원은 강동원이었다. 가장 그 다운 모습이자 한 차례 논란을 겪은 후 더욱 성숙해진 강동원의 모습으로. 다시금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 '1987'을 통해서다.
사실 강동원이 '1987'에서 고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다는 사실은 당초 영화를 만든 쪽에서는 감추려 했던, 일종의 스포일러였다. 강동원의 실존 인물 연기가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을거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드러난 강동원의 이름은 자칫 소재와 주제의 무거움에 망설이는 일부 관객들에게 선택의 동력이 되고 있다. 적은 분량에도 불구, 강동원의 존재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극장에 터지는 탄성. 그의 출세작 영화 '늑대의 유혹'을 떠올리는 이가 많은 것도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이전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른, 실존 인물을 입은 강동원은 전혀 달랐지만 반대로 여전했다.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아픈 역사의 인물이 투영된 강동원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장르와 캐릭터를 자기화시키는 그의 능력을 다시금 목격할 수 있다.
'늑대의 유혹'에서도 '1987'에서도 그는 맡은 역할의 시작은 '잘생긴 남학생'. 강동원은 너무나 가벼워보이는 이 간단한 단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인물의 깊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타이틀 롤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영화 참여는 진지했다. 무대 인사 중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전한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런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심정으로 참여했다.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열심히,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찍으면서 보답하겠다”란 강동원의 말은 그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 이 영화에 녹아들어갔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 번의 신의 한 수가 된 이유일 것이다. /nyc@osen.co.kr
[사진] 강동원, 청와대 SNS,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