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김주성(39)은 끝내 안방 원주에서 올스타전을 치러보지 못하고 은퇴하게 됐다.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가 오는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을 갖고 반환점을 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한 김주성의 마지막 올스타전으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KBL은 지난해 10년 만에 지방인 부산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해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부산사직체육관 1만 17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이도 모자라 428명의 입석관중까지 들어찼다. 결국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총 1만 2128명이 입장했다. 2003-04시즌 1만 2995명 이후 역대 2위에 해당되는 대기록이었다. KBL은 선수와 팬이 함께 KTX를 타고 부산을 가거나 경기 중 마네킹 챌린지를 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벤트를 펼쳐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지방개최의 기조는 2년 연속 이어지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원주가 올스타전을 개최하기에 최적의 장소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김주성이 은퇴를 선언한데다 팀명을 DB로 바꾼 농구단이 깜짝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 남겨두고 모든 초점이 강원도로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 올해 원주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면 올림픽 열기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원주는 대표적인 농구도시다. 1997년 원년리그부터 참여해 연고지를 바꾸지 않은 구단은 원주(TG삼보), 안양(SBS스타즈), 인천(대우 제우스)밖에 없다. 특히 원주는 후발주자 창원, 전주와 함께 지방농구의 인기를 대변하는 도시다. 원주를 대표하는 프로팀이 농구 DB밖에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애착이 더하다. 그럼에도 원주에서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낙후된 체육관 시설이 발목을 잡았다. 전신 TG삼보와 동부시절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치악체육관은 개장한지 40년이 다 되가는데다 수용규모도 3천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올스타전을 개최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DB는 2013년 개장한 4600석 규모 최신식 원주종합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다. 경기장이 넓어 각종 이벤트를 열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올해도 지방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하자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시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KBL내부에서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올스타전을 개최하기로 원칙을 정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 사무총장은 “그렇게 원칙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차후에도 창원 등 지방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NBA는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등 은퇴를 선언한 레전드 선수가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를 때 그 선수를 헌정하는 이벤트를 열어 농구팬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 선수들이 특정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를 뛰어넘어 시대와 종목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역시 지난해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대구에서 개최하며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바 있다. 결국 이승엽이라는 슈퍼스타를 계기로 프로야구 전체의 위상이 올라가는 효과를 거뒀다. 이승엽 역시 고향 대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은퇴할 수 있었다.
과연 프로농구는 김주성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가장 멋있게 장식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프로농구가 자신들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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