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샘 오취리는 자신의 길잡이로 샘 해밍턴을 꼽았다. 자신보다 한 발 앞서 외국인으로서 방송계에 진출한 샘 해밍턴을 보며 샘 오취리도 ‘외국인’이라는 벽을 넘어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샘 오취리는 2009년 학업을 위해 가나에서 한국으로 온 후, 2013년 친구와 함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우연히 출연했다가 그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삶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샘 오취리는 “아직 연예인이란 단어는 실감이 안 난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세요’를 계기로 방송을 하게 됐다. 그 이후 ‘개그콘서트’에도 나가고, 점점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렇게 될줄은 상상도 못 했고, 실감도 안 난다. 아직 연예인이란 단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 걸.(웃음) 직업란에는 부끄럽지만 이제는 ‘연예인’으로 쓸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이상하고 쑥스럽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니 기분은 참 좋다.”
“감사하게도 요즘 참 바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샘 오취리. 2017년에는 ‘미운 우리 새끼’부터 ‘뭉쳐야 뜬다’까지 고정 패널로, 혹은 게스트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 어떤 해보다 바쁘게 보냈다. 이제 방송을 한지 햇수로 5년이 된 샘 오취리에게 ‘외국인 방송인’으로서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고 물었다. 그러자 샘 오취리는 “외국인이란 단어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난 외국인 카드(외국인 등록증)를 벗어나고 싶었다.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잠깐 살고 가는, 언젠가 여기를 떠나야 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 아니냐. 나는 한국에 살고 있고, 한국을 좋아하고, 만약 가나로 돌아간다 해도 한국과의 인연은 절대 끊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언젠가는 나 같은 사람이 한국 사회에 포함되고, ‘우리’가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을 가리켜 ‘우리나라’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했다. 외국인이란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다.”
가나에서는 오히려 샘 오취리에게 “한국 연예인”이라고 부른다고. 그는 “나는 외국인 연예인이 아닌, 그저 일반 연예인처럼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외국인 예능인’이 아닌 일반 예능인으로 상을 꼭 타고 싶다는 샘 오취리는 “샘 해밍턴 형이 이미 한 번 받아서 희망이 있다”며 밝게 웃었다. 함께 영상 콘텐츠 ‘투샘티비’를 운영 중인 샘 해밍턴을 향해 샘 오취리는 “우린 운명인 것 같다. 둘 다 이름도 사무엘”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샘 해밍턴 형도 연예대상에서 상을 탔다. 형이 했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샘 해밍턴 형은 항상 나를 잡아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거다. 저보다 훨씬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오래 했기 때문에 형으로서, 선배로서 참 의지가 많이 된다. 샘 해밍턴 형의 추천으로 첫 기획사에 들어갔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형과 함께 하면 무엇이든 참 재미있다.”
샘 오취리는 “샘 형이 요즘 잘 되고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요즘 형과 어딜 나가도 형을 향해 ‘윌리엄 아빠’라고 부른다”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활약 중인 샘 해밍턴의 근황을 전했다. 예능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샘 오취리는 연기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품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외국인 역할이 아닌, 일상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샘 오취리는 말했다.
“최근 줄리안이 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 한국인 의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것처럼 외국인 친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희망을 얻고 있다. 올해 목표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다. 연기는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진지하고도 코믹한 면을 다 보여줄 수 있다. 윌 스미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처럼 액션도 해보고 싶다. 웃긴 이미지뿐 아니라, 웃기고, 때로는 진지하고, 액션도 하는 다양한 면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그의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다. 샘 오취리는 최근 그렉 프리스터와 함께 tbs eFM ‘맨 온에어’의 DJ로 발탁돼 활약 중이다. 가끔 영어를 쓰긴 하지만, 라디오 생방송 시간을 온전히 한국어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도전을 통해 깨닫게 됐다고. 부딪혔더니 한계가 깨진 셈이다. “청취자와의 실시간 소통이 정말 기쁘다”는 샘 오취리는 예능으로, 연기로, DJ로 대중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yjh030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