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서건창을 찾아라.
8일 충남 서산의 한화 2군 훈련장. 오전부터 선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수들마다 훈련복이 달랐다. 한화가 아닌, 다른 팀들의 로고가 새겨진 훈련복이 가득했다. 구단은 정확한 선수 식별을 위해 번호가 달린 형광색 조끼를 건네줬다.
이날 서산구장에선 한화의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몇 주 전부터 한화 스카우트팀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대졸 선수들,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공지했다. 총 23명의 선수들이 눈보라와 찬바람을 뚫고 한화의 트라이아웃 현장을 찾았다.
당초 트라이아웃 인원은 22명이었지만, 투수 이재곤이 추가돼 23명으로 늘었다. 투수 5명, 포수 4명, 내야수 13명, 외야수 1명. 롯데에서 방출된 사이드암 이재곤, 한화 출신으로 넥센의 보류명단에서 풀린 투수 양훈, 롯데 출신 내야수 고도현 등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참가했다. NC 출신 포수 박세웅, LG 출신 포수 정규식 등 20대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
오전 일찍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 다행히 테스트 시간에 맞춰 눈이 그쳤다. 실내연습장 대신 야외 구장으로 옮겨 테스트가 진행됐다. 한용덕 감독을 비롯해 장종훈 수석·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강인권 배터리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고동진 주루코치 등 1군 코칭스태프들이 직접 선수들을 관찰했다. 이정훈 팀장을 비롯해 스카우트팀도 선수들을 독려했다.
오전 11시부터 투수들은 피칭, 타자들은 배팅 훈련을 번갈아가며 소화했다. 그라운드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추운 날씨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공 하나에 집중했다. 표정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어릴 적부터 봐온 선수들이라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도 테스트는 테스트라 냉정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1군 경험이 풍부한 양훈과 이재곤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트라이아웃은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테스트를 마친 선수들은 식당에서 구단이 제공한 식사를 마치고 짐을 싼 뒤 각자 귀가했다. 한화 관계자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최종 회의를 거쳐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조만간 선수들에게 개별 연락이 갈 것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최악의 경우 1명도 합격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라이아웃으로 기회를 잡아 성공한 선수로는 서건창(넥센)이 있다. 서건창은 지난 2008년 입단 첫 해 시즌을 마치고 LG에서 방출됐다. 그 후 한화에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불합격 처리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관계자는 "팔이 아파서 송구가 좋지 않았다. 군대부터 빨리 다녀오는 게 맞다고 봤다"며 "그때도 눈빛 하나는 살아 있었다"고 기억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서건창은 2011년 말 강진에서 치러진 넥센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테스트를 통과하며 육성선수로 기회를 잡은 서건창은 2012년 신인왕, 2014년 MVP로 승승장구하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날 한화의 트라이아웃을 참가한 선수들도 제2의 서건창을 꿈꾸며 돌아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