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성적이 괜찮았다고 더 이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장타를 칠 수 있는 리드오프, 호타준족에 대한 환상은 어느 팀, 어느 선수라고 꿈꾸고 있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일치해야만 지켜볼 수 있는 꿈의 선수를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그 가능성을 계속 보여주는 선수들은 찾아볼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33)는 대표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이제는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책임감으로 마음을 확실하게 다잡으면서 다가올 2018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잃어버린 34경기, 뜨거웠기에 더 짙은 아쉬움
2015~16년,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준우는 지난해 전역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110경기 타율 3할2푼1리(455타수 146안타) 18홈런 69타점 7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73의 기록을 남겼다. 다시 맞이한 풀타임 시즌, 전준우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정규시즌 전 경기 출장에는 실패했다.
전준우는 개막 이후 첫 8경기 동안 타율 0.371(35타수 13안타) 4홈런 11타점 10득점 OPS 1.205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러나 4월 1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프리배팅 도중 왼쪽 옆구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반 넘게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날 날씨가 좀 추웠다. 몸이 웅크려져 있었고 으슬으슬했다. 몸도 잘 안 풀렸다. 결국 배팅을 하다가 몸이 틀리면서 근육이 찢어졌다”며 당시를 회상한 전준우였다. 이어 “개막 하고 페이스가 너무 좋았다. 근데 너무 좋을 때 탈이 나더라. 너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34경기를 빠졌는데, 그 경기들만 뛰었으면 개인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4경기면 홈런도 2개를 치면서 20홈런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이고, 1번 타자였어도 타점은 70개를 넘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며 덧붙였다. 시간이 지났어도 말 속에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결국 지난해의 아쉬움은 올해를 더욱 다부지게 준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11월 중순부터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일찍 시작했다. 올해는 정말 다치지 않고, 어떤 상황이 나오든지 잘 대처할 수 있게끔 몸을 일찍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떠나보낸 ‘절친들’, 쓸쓸함과 책임감은 정비례
전준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친한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떠났다. 또한 황재균도 롯데로 컴백하지 않고 kt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최근에 장원준(두산), 황재균, 강민호가 모두 팀을 떠났다. 다 친하지만 특히 (강)민호는 친구니까 동갑인 선수가 이제 (조)정훈이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 더 쓸쓸해진 것은 당연히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쓸쓸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결국 남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이제는 중고참에 속하고, 이대호가 주장 연임을 하지만, ‘차기 주장’감으로 꼽혔던 만큼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위치가 됐다. 쓸쓸함과 책임감은 정비례였다.
그는 “이전 조성환, 홍성흔, 장성호 선배들 모두 좋은 선배님들이셨다. 지금 (이)대호 형도 팀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다. 의지를 많이 하는 게 사실이다. 시즌 때도 화도 잘 안내고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주셔서 올해 좋은 성적이 났다”며 선배들의 얘기로 운을 뗀 전준우다.
이어 “이제는 나도 중고참 급에 속한다. 선배님들께서 야구를 어떻게 하셨고 팀이나 선수들이 어려울 때 어떤 말씀을 해주셨는지 기억도 나고 많이 배웠다”면서 “이제는 배운 부분들을 팀 내 선수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얘기들을 해야 하는 지들을 배웠다. 더 이상 내 것만 하는 시기는 아니다. 후배들에게 얘기를 많이 해줘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 ‘20-20은 숙원’ 더 이상 현실 안주는 없다
당연한 자리는 없다.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기 마련. 전준우가 생각을 깨우치게 된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전준우는 “군대 가기 전에는 당연히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시즌을 치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군대 갔다 온 뒤에는 ‘이렇게 해서는 내 야구 인생 자체가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가짐도 더 다잡았고 더 집중했다”며 “시즌을 치르다보면 힘들 때가 있었는데, 군대 있을 때 생각 많이 했다. 나태해질 때. 그러면서 마음을 다 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성적의 이유이기도 했다.
일찍이 시즌 준비에 돌입한 것도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성적이 괜찮았다고 마음이 놓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놓았다가는 성적이 안 나올 것 같았다. 어떤 상황이 나오든지 잘 대처할 수 있는 몸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144경기를 뛰기 위해서는 몸이 무겁다 보면 데미지가 많이 쌓이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타준족, 완성형 타자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작년보다 홈런을 더 쳐야 겠다 생각이다. 어느 타순에 가든지 20개는 넘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는 타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올해에는 몸을 가볍게 해서 좀 더 많이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볼 생각이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결국 그의 ‘숙원사업(?)’과도 같은 20홈런-20도루 클럽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는 “20-20에 대해서 의식을 안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내 “기사도 많이 나오니 ‘내가 해야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숙원이 된 느낌이다”고 웃었다.
이어 “당연히 하고는 싶다. 당연히 내 가치도 올라가지 않겠나. 신경은 안 쓰지만 한 번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속내를 밝혔다.
공격력에서도 올해 새롭게 영입된 민병헌과 잔류한 손아섭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는 “민호가 나간 것은 아쉽다. 그러나 (민)병헌이라는 빠르면서 잘 치는 선수가 왔다. 민호의 공격력은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 한다”면서 올해 공격력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도 함께했다.
그러나 새해 소망은 따로 있다. 전준우는 팀과 함께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작년에 우리가 3위를 한 번 해봤다. 후반기 같은 페이스였다면 상위 팀을 넘볼 수 있고, 올해는 더 좋아질 것이다. 투수력도 좋아졌기 때문에 좀 더 시즌을 높은 순위에서 끝내고 싶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 가족은 나의 힘
전준우는 최근 경사를 맞이했다. 지난 해 말, 둘째 아이가 세상의 빛을 봤다. 지난 2012년 첫째인 딸 전하윤 양을 낳은 데 이어, 1남1녀의 가장이 됐다.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 만큼 팀적인 책임감에 더해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더해졌다. “첫째를 낳을 때도 기뻤고, 둘째도 낳을 때도 기뻤다”고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일단, 첫째 딸인 전하윤 양의 존재는 힘을 불끈 솟게 만든다. 전준우는 “외야에서 보면, 야구장에서 뛰어 노는 게 보인다. 야구장에 오면 신나하고 좋아 한다”면서 “사실 총각 때는 경기 때 안 좋고 쳐질 시기 때 계기가 없었다. 그러나 하윤이 생기고 하윤이가 야구장에 와서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것이 부진을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누가 보면 집중이 안 되고 집중력 흐트러진다고 하는데 하윤이를 보면 더 집중이 되고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난다”며 가족의 존재가 그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