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승부가 묘미다. 뜻밖의 인물이 가면을 벗고 나오면 시청자들 모두 깜짝 놀라기 일쑤. 때로는 이런 반전 때문에 속임수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지만 ‘복면가왕’의 오누리 PD는 “속임수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복면가왕’은 2017년 파업과 장기 결방으로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 한 해가 됐다. 시청자들은 반전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복면가수들을 보며 그들의 정체를 알아도 이제 ‘모른 척’ 해주며 음악 자체를 즐기게 됐다. 덕분에 최고령 도전자 양택조가 무대에 나섰고, 여성 가왕 최초 6연승 기록을 쓴 소향이 등장하는 등 2017년에도 진귀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복면가왕’은 시청자들에게 일요일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오누리 PD는 “‘복면가왕’이 이렇게 정규가 돼서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을 줄 아무도 예상 못했다. 프로그램 시작 자체도 편견을 깬 셈”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고등학교 축제, 사내 축제 등에서 ‘복면가왕’ 패러디가 인기 만점이라며 오누리 PD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음악과 흥을 사랑한다. SNS를 검색하다 보면 그렇게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고등학교 축제, 회사 축제 같은 게 많다. 그걸 보면서 ‘복면가왕’이 아직 인기가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가수다’와 달리 친숙한 면이 있어서 많이들 따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가수다’는 범접할 수 없는 가수들이 예술의 한 장르로 무대를 하지 않나. ‘복면가왕’은 비가수들도 나와서 편안하게 노래를 한다. 그게 하나같이 또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오누리 PD는 지난해 최고령 도전자 기록을 깬 배우 양택조를 언급하자 “양택조 선생님에 못지않은 연륜이 있는 스타들을 많이 기다리고 있다”며 ‘깨알PR’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 PD는 “사실 전에는 가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것 때문에 ‘광대 같다’며 어르신들이 출연을 꺼렸다. 하지만 ‘우스꽝스럽다 생각 마시고 하나의 예능쇼라고 생각해달라’는 말에 공감해주고 마음을 열어주신 분이 바로 양택조 선생님”이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송해 선생님으로 언젠가 최고령 기록을 깼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복면가왕’은 순수하게 사람의 힘이다. 이 때문에 섭외를 위해 노래를 잘한다는 사람들을 다 찾아다닌다. 가수들은 섭외하기 쉬운데 배우들은 안 해 봤다고, 자신이 없다고 섭외를 꺼려하기도 한다. 권혁수 씨는 배우임에도 정말 잘했다. 함께 맞붙은 곽동현 씨도 김경호 모창 실력자인데, 그 라운드에서 ‘김경호 모창 대결’을 살려보려 했다. 하지만 권혁수 씨가 정말 잘해서 이를 포기했다.”
오누리 PD는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해 깜짝 놀랄 노래 실력을 자랑했던 권혁수를 떠올리며 “김경호 모창 실력자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록이 아닌 다른 장르들로 리스트로 추려왔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게 ‘복면가왕’ 출연 목적이라는 분에게 우리가 일부러 김경호 모창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며 그의 ‘발밤발밤’ 선곡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욕망이란 이름’을 완벽하게 소화한 곽동현과 5표차 경쟁을 할 줄은 몰랐다며 오누리 PD는 회상했다.
그렇다면 2017년 출연자 중 가장 반전이었던 주인공은 누구일까. 오 PD는 배우 이엘리야를 꼽았다. 오누리 PD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들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가수 이보람을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할 줄은 몰랐다. 몰입도가 정말 깜짝 놀랄 만 했다”며 이엘리야의 무대를 떠올렸다. 의외의 결과 때문에 ‘조작 의혹’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던 바. 오 PD는 “조작 아니냐는 댓글을 그 때 많이 봤다”며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조작은 0%”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다. 표로 결과가 다 나오는 시스템이다. 연예인 포함 총 200명 정도가 관객이 되는데, 그 중 무작위로 1번부터 99번까지 번호를 배분해 투표를 하게 한다. 누군가가 누르지 않으면 MC 김성주씨가 ‘00번 아직 안 누르셨습니다’라고 계속 호명한다. 그렇게 1번부터 99번까지의 관객이 모두 투표를 해야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그래서 꾸밀 수가 없다. 관객마다 취향이 다르고, 순간의 몰입도가 달라져 결과가 아슬아슬하게 달라질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가수들이 무서워하는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웃음)”/ yjh0304@osen.co.kr
[사진] ‘복면가왕’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