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여진구가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을 통해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여진구는 6일 오후 인천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무대인사에서 “많은 분들이 제가 출연하는지 모르셨을 거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1987’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 신념을 걸고 정의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해 1월을 기점으로 전 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는 가슴 뛰는 6개월을 한국영화 최초로 표현했다.
여진구는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회장이었던 박종철의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촬영 당시에도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 역을 맡은 배우 김종수가 ‘박종철 열사의 실제 사진인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박종철은 1987년 치안본부에 붙잡혀가 폭행과 전기고문 및 물고문 등을 받다가 사망했다. 당초 경찰은 지병으로 인한 쇼크사였다고 주장했으나 부검 결과, 박종철은 욕조 턱에 목이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축소해 넘기려는 전두환 독재 정권에 맞서 6월 항쟁이 벌어졌고, 전두환은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 실시 등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했다.
여진구는 이에 “큰 역할을 맡게 돼 부담감보다 많은 분들, 특히 제 또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이 들어 열심히 촬영했다”며 “영화를 보면서 저도 많은 눈물 흘렸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화에는 박종철 열사가 생전에 쓰던 안경을 소품으로 사용했다. 제작진이 박종철 기념사업회 측에 안경 본을 뜨기 위해 유품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사업회 측은 영화 촬영을 위해 아예 유품을 빌려줬다. 여진구의 극중 영정사진 속 안경은 실제 박종철의 안경이다.
이에 여진구는 “(극중 제가 쓴)가발은 실제 박종철 열사님의 모습을 본 딴 것이다. 제가 쓴 안경도 실제 박종철 열사님의 안경”이라며 “제가 봐도 박종철 열사와 많이 비슷하더라. 굉장히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박종철 출판사 제공·영화 예고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