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2할4푼5리(319타수 78안타) 14홈런 56타점 43득점. 박석민(NC)은 지난 시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주장으로 선출된 박석민은 정규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다. 크고 작은 부상이 계속해서 괴롭혔다. 결국 손시헌에게 주장 중책을 넘겨야 했다. 1군에서 자리잡은 후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정규 시즌을 마친 박석민은 가을 무대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2할(5타수 1안타)에 머물렀고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선발로 나와 6회까지 뛴 게 전부였다. 이후 단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벤치에 앉아 쓸쓸한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했다.
"모든 게 내 탓이다. 팬들께 가장 죄송하고 굳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준비가 부족했다". 박석민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단기전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가는 게 당연하다. 내가 빠져도 팀이 이겼다면 아쉬움이 덜 했을텐데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박석민 또한 "지난해의 부진이 내겐 많은 공부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올 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예년보다 일찍 몸만들기에 나섰다. 부상 방지를 위한 스트레칭과 보강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미국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방망이를 잡을 생각이다.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큰 일 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는 게 확 느껴졌다.
'맏형' 이호준이 현역 유니폼을 벗은 가운데 박석민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NC 타선을 이끄는 핵심 멤버이자 고참 선수로서 책임감이 배가 됐다. "주장에서 물러났지만 내가 해야 할 역할은 그대로다. 나를 비롯한 모창민, 임창민 등 1985년생 선수들이 잘 해야 한다. 우리가 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는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 1985년생 선수들이 잘 해야 팀이 더 강해진다. 무조건 잘 해야 한다".
박석민은 지난 2015년 11월 30일 NC와 4년간 총액 9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계약금 56억원과 연봉 30억원 그리고 플러스 옵션 10억원이다. 박석민은 이 가운데 해마다 2억원씩 총 8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박석민은 FA 계약을 앞두고 가족들과 상의 끝에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웃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일회적인 기부가 아닌 꾸준히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박석민은 '돈 버는 건 기술이고 잘 쓰는 건 예술'이라는 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2016년 자신의 모교인 율하초등학교와 대구고등학교에 7000만원씩 기부한 데 이어 영남대학교와 양준혁 야구재단에도 3000만원씩 전달했다. 지난해 7월 양산 '밧줄 추락사' 유가족에 1억 원을 쾌척했고 12월 마산 용마고, 김해고, 양산 물금고에 총 1억원 상당의 야구 용품을 전달했다.
박석민은 "어릴 적에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았는데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나중에 큰 돈을 벌게 된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고 싶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마산에서 과분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으며 팬들께 받은 은혜를 보답해야 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 연고지역 고등학교 야구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지역 아마추어 야구가 발전해야 NC의 미래도 더욱 밝아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석민은 "많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께 기쁨을 드리는 게 진정한 선행이 아닐까. 지난해의 경우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구장에 오신 분들께 정말 죄송했는데 올해는 정말 좋은 모습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박석민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지난 시즌 정말 부진했는데 올 시즌에는 누가 봐도 중심 타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적을 남기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큰 아들 준현이가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한다.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이자 야구 선배가 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