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허프(야쿠르트)의 이탈로 말이 많았던 LG가 대체자로 타일러 윌슨(29)을 영입했다. KBO 리그에서 성공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로 LG의 외인 3년 에이스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LG는 5일 구단 공식발표를 통해 윌슨의 영입을 밝혔다. 총액 80만 달러의 조건이다. LG는 “타일러 윌슨은 선발투수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선수이다. 또한 안정된 제구와 변화구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 우리 팀 선발의 한 축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9이닝당 볼넷이 2개 정도였다. 볼넷/삼진 비율도 좋은 편”이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윌슨의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42경기(선발 19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요즘 KBO 리그를 찾는 외인 선수들의 경력이 좋아졌음을 고려하면 특별한 점은 없다. 올해는 9경기(선발 1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했다. 볼티모어는 올해 선발 마운드에 뚜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윌슨은 이 틈새를 뚫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KBO 리그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을 두루 지녔다는 평가다. 공은 그렇게 빠른 선수가 아니다. 올해 MLB에서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1마일(146㎞) 정도였다. MLB의 스피드건이 조금 후해진 것을 고려해야 한다. 140㎞ 후반의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수준급 제구력을 갖췄다. 또한 패스트볼도 똑바로 오는 공이 별로 없을 정도로 변화를 자랑한다.
윌슨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던지지만,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변형 패스트볼이다. 커터성 공을 잘 던진다. 패스트볼 비중이 70%를 넘어가는 선수지만 커터, 때로는 투심성 공도 날아온다. 좌·우 타자를 모두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변형 패스트볼의 제구가 좋다. 국내 투수들이 아직 투심이나 커터를 던지는 데 인색한 것은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 넣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슨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메릴 켈리(SK)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KBO는 MLB에 비해 스트라이크존의 좌우가 넓은 편이다. 윌슨이 마음껏 공을 던질 수 있는 여건 자체는 있는 편이다. 여기에 잠실을 사용한다는 것도 윌슨의 단점을 가려줄 수 있다. 윌슨은 뜬공이 홈런으로 자주 연결되는 유형의 선수다. 좌우보다는 높낮이 조절에 다소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넓은 잠실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특별한 부상 전력도 없다. 2011년 이후 어깨나 팔꿈치에 큰 불편을 호소한 기억이 없다. 한창 전성기에 이를 20대 후반의 나이라는 점도 장점이고, 연봉도 비교적 저렴하다. 올해 KBO 리그에 안착한다면 LG는 최소 3년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우완 선발감을 얻을 수 있다. 비록 경력이나 기량은 허프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나 허프와는 또 다른 장점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LG의 선택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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