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7일. 인천 홈팬들이 삼성전 승리를 선물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전자랜드가 지독했던 홈 삼성전 6연패 사슬을 끊었다. 아울러, 6위 사수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인천 전자랜드는 4일 인천 삼산체육관서 열린 서울 삼성과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4라운드 맞대결을 93-89로 승리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시즌 17승(14패) 고지에 올라섰다. 5위 안양 KGC와 승차를 1.5경기로 좁히는 동시에 7위 삼성과 3경기 차로 벌렸다.
승리 주역은 단연 브랜든 브라운이었다. 브라운은 이날 라틀리프가 빠진 삼성의 골밑을 유린하며 45득점-1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조쉬 셀비도 14득점, 박찬희도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반면 삼성은 마키스 커밍스의 39득점 분전에도 고개를 숙여야했다.
이날 경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우선 전자랜드의 지독한 홈 삼성전 연패가 끊길 지 여부였다. 전자랜드가 홈에서 삼성을 꺾은 건 지난 2015년 9월 20일이 마지막. 전자랜드는 홈에서 삼성에게 2015-2016시즌 남은 두 경기는 물론 2016-2017시즌 세 경기를 모두 패했다. 올 시즌 한 차례 맞대결도 패배. 무려 홈 삼성전 6연패 수렁이었다.
거기에 삼성은 올 시즌 홈에서도 전자랜드를 두 번 모두 잡았다. 라틀리프가 빠졌던 지난달 19일 맞대결에서도 '대체 외인' 칼 홀의 23득점 분전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러한 기록은 삼성 선수단의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상민 삼성 감독은 "지난 라운드 맞대결에서도 결과가 좋았다. 상대 전적 덕분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특별한 건 없다. 오늘도 앞선 경기들 같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반면,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홈 삼성전 6연패 이야기를 듣고 "그랬나? 그런 기록이 있다는 건 몰랐다"며 짐짓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최근 5경기 4승1패의 호조에도 유 감독은 "승패도 중요하지만, 분위기 싸움이 중요하다. 화려한 것보다는 수비부터 안정을 찾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가 흥미로웠던 건 순위표에서 마주한 이들의 맞대결이었기 때문. 6위 전자랜드는 이날 전까지 16승14패, 7위 삼성은 14승15패를 기록 중이었다. 양 팀의 승차는 단 2경기. 이상민 감독은 "이기면 1경기 차, 지면 3경기 차다"라며 승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5위 안양 KGC(18승12패) 신경 쓸 겨를 없었다. '주포'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빠진 상황에서 6강을 시야에만 둬도 선방이었다. 반면, 전자랜드로서는 달아날 수 있을 때 달아나는 게 중요했다.
경기는 전자랜드의 승리로 끝났다. 유도훈 감독이 바랐던 수비 농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브라운의 높이가 완전히 폭발했다. 삼성이 라틀리프의 공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삼성도 승기를 챙길 수 있었다. 실제로 전반을 앞선 채 마쳤으며, 4쿼터 한때 외곽포가 터지며 역전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한 방이 부족했다. 커밍스가 분전했지만 칼 홀이 6득점으로 침묵한 이상 해결책은 없었다.
그렇게 전자랜드는 837일, 7경기 만에 홈팬들 앞에 삼성전 승리를 선사했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