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대책 필요"..'화유기' 사고로 고발된 열악한 제작 환경 [종합]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8.01.04 15: 29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이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 사고를 계기로 안정 불감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재발 방지 차원의 대책들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회의실에서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 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 고(故)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 김병철 노동상담팀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새벽, '화유기' 촬영장에서는 천장 조명을 설치하던 스태프 A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된 스태프 A씨는 척추 골절로 인한 하반신 마비, 두부 충격으로 인한 두개강 내 뇌출혈 증상을 보였으며, 지난달 26일 허리 골절 치료를 위해 수술을 진행해 현재는 일반 병실로 이동, 의식은 또렷이 회복했으나 몸은 아직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먼저 피해자 A씨의 동료들은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자세히 설명했다. 이들은 "을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철호 미술 감독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고,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이 이러한 사태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에만 집중할 게 아니고 안전 불감증에 대한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드라마 작업장 내에서의 위험요소를 알아봐 주시길 바란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다음 사항들을 요구했다.
이어 그는 "첫째, 정부는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드라마 제작 현장은 일터이므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CJ E&M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제작 종사자들과 시청자 앞에 내놓아야 한다. 넷째,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추가 쟁점에 대한 조사와 안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다섯째, 드라마 제작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여섯째, 끝으로 정부, CJ E&M, JS픽쳐스, MBC아트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피해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등장한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은 "제작사 측이 사고 발생 후 어떠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촬영을 계속하고 있더라. 열악한 방송 제작 현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스태프들은 드라마 현장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방송의 약자로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해지는 이들의 수고가 재조명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사고는 촉박한 제작 일정과 업무 계약에도 없는 부당한 업무 지시, 쪼개기 발주 등이 원인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실감성을 깨닫고 피해자인 조합원과 그 가족에게 사죄를 구한 뒤 법률적인 대우에도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만약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잘잘못을 가릴 것이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현재 MBC아트지부는 '화유기'의 제이에스픽쳐스 법인, 대표, 미술감독을 업무상 과실치상, 공갈, 협박 등의 혐의로 안성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고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씨 또한 "이번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소름이 끼쳤다. 1년 남짓 전에 CJ E&M과의 싸움을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등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구조개선안을 믿고 기다렸는데 그 신뢰가 1년 만에 깨지고 좌절보다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던 저희의 의지가 부끄럽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처음엔 구조개선안을 약속한지 6개월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조금 더 기다려보자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방송사와 CEO들이 결정을 내리면 즉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 E&M도 구조개선안을 마련할 당시 이러한 약속들을 했다. 다시는 저희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작 환경 구조를 바꾸겠다는 결단들이 시행된다면 그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당시 발언들이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현재 '화유기'의 촬영을 별다른 대책 없이 강행 중인 걸로 안다. 상당히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화유기' 측의 빠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한편 '화유기'는 지난 24일 2회 방송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이어 지난주 3, 4회가 결방됐으며, 지난 3일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오는 6일 방송 재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 nahee@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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