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ERA 6.36' 탈잠실, 니퍼트 앞에 놓인 화두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1.04 13: 01

더스틴 니퍼트(37·kt)는 리그 대표 '뜬공형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넓은 잠실야구장에 최적화 투수다. 이제 니퍼트의 새 둥지는 홈런이 잦은 수원 kt위즈파크다. 과연 니퍼트는 '탈잠실'에 성공할까.
kt는 4일 오전 "니퍼트와 총액 100만 달러 계약에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메디컬테스트를 남겨둔 상황이며,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 니퍼트는 kt에 새둥지를 튼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7년간 185경기에 등판해 1115⅔이닝을 소화하며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94승-917탈삼진 모두 외인 역대 최다 기록.
니퍼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2016년. 당시 그는 28경기에 등판해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휩쓸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골든글러브까지 챙겼다. 그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지난해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시즌 막판부터 조금씩 균열을 보였다. 니퍼트는 지난해 9월 이후 5경기에 등판했으나 25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7.46으로 부진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며 열흘 텀도 뒀지만 무위였다. 이때 두산과 KIA는 한창 살얼음판 선두 경쟁 중이었다. 두 팀의 최종 승차는 2경기. 만일 시즌 막판 니퍼트가 제몫을 다했다면 정규시즌을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판도가 바뀌었을 터다.
두산은 니퍼트의 상징성을 고려해 재계약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니퍼트가 바라던 몸값이 너무 컸고, 결국 어그러졌다. KBO리그 잔류를 희망하던 니퍼트는 결국 kt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까지가 배경이다.
그렇다면 니퍼트의 2018년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나이가 걸림돌이다. 이제 니퍼트도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에이징 커브는 점점 우하향 곡선이다. 거기에 니퍼트는 칼날 같은 제구보다 구위로 승부했던 투수다. 이런 유형에게 노쇠화는 몇 배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진짜 문제는 탈잠실 효과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홈과 원정 기록차가 상당했다. 홈 17경기서는 7승5패, 평균자책점 2.61에 그쳤다. 반대로 원정 1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6.36. 문제는 피홈런이었다. 니퍼트는 홈 110⅓이닝서 8피홈런을 허용했다. 9이닝당 0.65피홈런. 그러나 원정 69⅓이닝에서는 12피홈런. 9이닝당 1.55피홈런. 피홈런이 무려 두 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그나마도 리그 대표 홈런 공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등판은 없었다.
비단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니퍼트는 홈 통산 91경기서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한 반면, 원정 94경기서 평균자책점 3.89로 뛰었다. 커리어 내내 잠실의 도움을 받았던 선수다. 니퍼트는 통산 땅볼/뜬공 비율 0.89를 기록 중이다. 뜬공형 투수에게 드넓은 구장만큼 든든한 건 없다.
이제 니퍼트의 둥지는 kt위즈파크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만큼은 아니어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홈런 공장이다. 물론 니퍼트는 지난해 수원 kt위즈파크서 3경기 등판, 2승1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순항했다. 그러나 이는 kt 타선을 마주했을 때 얘기다. kt 유니폼을 입고 리그 강타선을 kt위즈파크에서 마주하는 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8년, '두산 니퍼트'와 'kt 니퍼트'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날 시즌이다. 쉽지만은 않아보이는 도전이다. 김진욱 감독은 "반등의 여지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 반등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으면 kt는 또 한 번 외인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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