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문제적 '화유기'가 쏘아올린 나비효과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1.03 15: 30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스턴트맨의 몸에 단 와이어 줄이 보이고 CG가 미흡했던 건 웃어 넘길 법도 한 일이었다. 그보다 더 큰 사건사고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tvN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화유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첫 전파를 탄 '화유기'는 이승기의 군 전역 후 복귀작, 차승원과 스타 작가 홍자매의 재회,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참신한 볼거리로 시작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tvN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신 드라마 왕국으로 떠오른 만큼 2017년 하반기를 찬란하게 장식하고 2018년에도 그 기운을 이어갈 작픔으로 치켜세웠다. 그래서 '화유기'에는 어느 작품보다 높은 관심과 기대가 쏠렸다.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첫 방송부터 뜨거운 화제성을 낳았다. 이승기와 차승원은 각각 손오공과 우마왕을 맡아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했고 실감나는 귀신 분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포 영화 못지않은 오싹함을 안방에 선사했다. 
하지만 '화유기'에 대한 칭찬은 단 하루면 족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2회가 방송됐는데 진선미(오연서 분)가 악귀를 물리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스턴트맨들의 와이어가 제대로 삭제되지 않은 것. 
이후에도 CG 장면이 거듭 문제가 tvN 측은 두 차례나 방송을 멈춘 후 '마더'와 '윤식당2' 예고편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자막으로 지연 안내가 나왔는데 갑작스럽게 다음 방송인 '문제적 남자'로 바로 이어져 기다린 시청자들을 또 당황하게 했다. 
역대급 방송사고에 tvN 측은 즉각 사과에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인 크리스마스 오후에 제대로 된 2회분을 다시 내보내겠다고 알렸다.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이를 기다렸고 2회는 무리없이 다시 전파를 탔다. 
그러나 더 큰 사고가 숨겨져 있었다. 첫 방송을 앞둔 23일 새벽, 안성에 있는 촬영장에서 제작사인 JS픽쳐스의 소도구 제작 용역업체 MBC아트 소속 스태프가 다음 날 촬영을 위한 샹들리에 설치 작업 중 3m 높이에서 떨어진 것. 
이 사고로 스태프는 허리뼈와 골반뼈가 부서져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고 뒤늦게 소식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의 분노와 걱정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추락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첫 방송을 감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언론노동조합 측이 27일 '방통위와 관계 당국은 tvN '화유기' 미술 노동자 추락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MBC아트 측이 JS픽쳐스 법인, 대표, 미술감독을 과실치상, 공갈,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사태는 일파만파 퍼졌다. 
다음 날인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와 MBC아트 관계자,고용노동부 평택지청 현장 근로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현장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고용노동부 측은 "세트 천장 위로 올라가야 하는 모든 작업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화유기'는 방송 1주일 만에 3, 4회를 내보내지 못했고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구가의 서'를 연출했던 김정현PD를 긴급 투입했다. 그리고 3일 안성경찰서는 추락사고와 관련된 목격자 조사를 시작했다. 
심지어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은 4일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같은 시간 준비된 '윤식당2' 제작발표회는 돌연 취소됐다. 이 모든 일이 지난 10일여 동안 '화유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친 스태프에 대한 걱정, 배우들을 향한 동정심,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뿔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표류하고 있는 '화유기'가 어떤 결말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