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됐던 e스포츠가 이제 꼭 20년을 맞이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사실상 유일했던 e스포츠는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LOL),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종목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20년을 맞이했지만 가장 큰 어려운 난제 중의 하나가 바로 선수 수명이다. 현실에서 프로게이머들이 5년 이상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를 살펴보면 프로게이머의 평균 활동기간은 3.89년으로 성인이 되기 전 데뷔해 베테랑이 되는 20대 중반 이전에 은퇴 수순을 밟는 것으로 설명했다.
LOL 역시 초창기 시절 '짧은 선수 수명'으로 시끌시끌한 바 있다. 1세대 프로게이머들은 2012년 시작 이후 3년 안에 대다수의 선수가 은퇴를 선택하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뒀다. '앰비션' 강찬용(26) '매드라이프' 홍민기(26) '스코어' 고동빈(26) '프레이' 김종인(24) 정도가 남아있는 1세대 프로게이머라고 할 수 있다.
20대 후반만 되도 노장 취급을 받는 e스포츠서 '황제' 임요환이 최초의 30대 프로게이머로 화제가 됐지만 끝내 전성기 시절의 활약은 하지 못했다. '네스티' 임재덕이 30대 프로게이머로 스타크래프트2를 호령했지만 거의 30대 프로게이머는 나오지 못했다.
군 제대 이후 활동하면서 30대 프로게이머를 노렸던 탑 라이너 '마린' 장경환(27)이 지난 2일 돌연 휴식을 선언했다. 2017시즌 종료 이후 FA 선언을 했던 '마린' 장경환은 2일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폼을 끌어올려서 서머 시즌 복귀를 노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1991년생인 장경환의 우리 나이는 스물 여덟살. 불과 3년 전인 2015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서 SK텔레콤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MVP에 올랐던 그는 이듬해인 2016년 중국 LGD게이밍으로 역대 최고 몸값을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이적에 성공했다. 당시 그의 추정 몸값은 한화로 세후기준 11억원선. 세전 기준으로는 14억원을 웃도는 금액이었다.
1년간의 중국 생활을 보내고 2017시즌 국내팀인 아프리카 프릭스로 복귀한 장경환은 스프링시즌 아프리카 돌풍의 주역이 됐다. 대우 역시 '페이커' 이상혁에 다음가는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역시 '마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선실세' '마순실'이라는 새로운 애칭도 그의 활약에 맞춰 덩달아 생겨났다.
그러나 스프링 시즌이후 서머 시즌들어서며 개인기량 기복이 심해지면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세체탑 시절이었던 2015시즌 무적의 승률을 자랑하던 마오카이 럼블 등의 챔피언으로도 2017시즌 힘을 쓰지 못했다. 그가 보여준 전체적인 2017시즌 성적은 108세트에 나서 57승 51패 경기당 평균 1.8킬 2.4데스 4.9어시스트로 KDA는 2.8, 킬 관여율은 59.6%다.
마오카이는 16전 11승 5패(경기당 평균 2킬, 2.3데스 6.4어시스트 KDA 3.7 킬관여율 64.9%), 럼블은 15전 9승 6패(경기당 평균 2.3킬 2.8데스 4.9어시스트 KDA 2.6 킬관여율 60.8%)로 활약했지만 세체탑이라는 이름값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장경환이 뛰었던 아프리카 프릭스는 장경환과 2018시즌 재계약 문제와 관련해 "선수의 뛰겠다는 의지는 확실했다. 다만 우리와 상황이 맞지 않아 같이 가지 않았을 뿐"이라고 운을 띄운 뒤 "선수 본인이 롤드컵 진출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30대 이후에도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서머 시즌에는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장경환의 이번 선택을 지지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렸다. 1992년생 '앰비션' 강찬용의 활약으로 지난해 삼성이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30대 프로게이머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KSV e스포츠 단장이 된 이지훈 단장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시절에는 18세~23세 선수들이 전성기를 구가했고, 지금 ASL서 우승하고 이영호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23세 이후에 우승하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면서 "LOL에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서머시즌 피지컬 괴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 롱주 선수들을 보면서 30대 프로게이머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 나 역시 군 제대 이후 피파게이머 복귀를 노렸지만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고 현실적으로 30대 프로게이머는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을 보였다.
한상용 진에어 감독은 "1989년생 '트레이스' 여창동 KSV 코치가 현역 시절 스물 여덟살까지 활동했었다. 1992년생 '앰비션' 강찬용도 우리나이로 스물 일곱살이다. 자기 관리를 잘한다면 서른 살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고 다른 의견을 보였다.
SK텔레콤 김정균 감독은 "나이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장경환 처럼 최고의 자리를 찍어본 선수라 예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 앞으로 장경환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세대 프로게이머가 사실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나이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모두 물러나고 나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30대 프로게이머라는 한계를 설정하지 않아도 프로게이머로 뛸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일까. '마린' 장경환 '앰비션' 강찬용 등 베테랑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이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지 기대가 된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