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1987’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개봉한지 6일 만인 어제(1일)까지 247만 3950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3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우리의 고됐던 현대사를 그 어떤 논란 제기 없이 실제에 가깝게 스크린에 재현했기 때문이다.
‘1987’ 덕분에 6월 항쟁을 이끌며 민주화의 토대를 만들어준 당대 시민들에게 고마움과 애도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1987’은 앞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지구를 지켜라!’(2003) 등 스릴러 판타지 영화로 평단에 입증 받은 장 감독의 4년 만에 신작이라는 점에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또 그간의 장르와 달리 처음으로 역사극에 집중했다는 점도 유효했다.
‘1987’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 신념을 걸고 정의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해 1월을 기점으로 전 국민적인 민주화운동이 벌어지는 가슴 뛰는 6개월을 한국영화 최초로 표현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김윤석 선배를 비롯해 강동원, 하정우, 김태리, 여진구 등 배우들이 한 명 한 명 캐스팅될 때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놓고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좋은 배우들이 같이 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나중에는 배역이 없어서 출연 의사를 전달했던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제 복이기도 하지만(웃음)”이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장 감독은 ‘1987’을 비밀리에 제작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 피해를 당한 예술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 완성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그래서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근데 강동원이 ‘작은 역할이라도 이 영화의 취지에 맞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줘서 큰 힘이 됐다. 김윤석 선배도 ‘동원이도 하겠다고 했으니 같이 으싸 으싸 하자’고 얘기해주셨다. 하정우도 시나리오가 좋다면서 선뜻 허락을 해줬다.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
장 감독은 초호화 배우 라인업의 비결은 “작품이 갖고 있는 에너지”라고 설명하며 “시나리오를 보고 이 이야기는 꼭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자랑스러운 역사일 수 있는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앞으로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강동원이 고 이한열 열사를, 여진구가 고 박종철 열사를 연기했는데 마치 그들이 살아 돌아온 듯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장 감독은 “여진구가 박종철 열사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촬영을 하는데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역을 맡으신 김종수 선배도 ‘실제 박종철 열사 사진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그 정도로 비슷하게 느껴졌다”고 작품 속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여진구를 칭찬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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