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대상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기준아, 이 상 네 거야.”
지난 달 31일 오후 방송된 2017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지성은 드라마 ‘피고인’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엄기준을 가족보다 앞서 언급하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마음의 대상은 따로 있다. ‘피고인’을 통해 만난 엄기준 씨.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라며 지성은 엄기준에게 자신의 대상 영광을 돌렸다.
대상을 받은 순간 함께 연기를 했던 엄기준을 언급한 지성의 품격도 극찬을 받을 만한 일이었지만, ‘피고인’을 본 시청자라면 100프로 공감하고도 남을 수상 소감이었다. 엄기준은 ‘피고인’에서 차민호와 차선호 역을 맡으며 소름 끼치는 1인2역을 통해 희대의 악마 캐릭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엄기준은 ‘피고인’의 숨은 공로자다. 2017년 초 방영한 ‘피고인’ 속 엄기준은 선한 차선호인 척 연기하는 차민호로 변신했다. 오열하는 듯하지만 실상 웃고 있었던 악마 같은 엄기준의 표정은 ‘피고인’을 스릴러로 만들었다. 엄기준의 명연기 때문에 ‘피고인’ 시청자들이 뒤통수를 맞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는 꾸준히 악역으로 ‘인생캐’를 경신해왔다. ‘유령’에서 조현민 역으로 살인마를 연기했던 엄기준은 ‘골든크로스’와 ‘복면검사’에서도 악역을 소화했다. 하지만 ‘피고인’에서 그동안의 연기를 한차원 뛰어넘는 명연기를 보여주면서 큰 박수를 받은 엄기준. 변신을 위해 그는 현재 방영 중인 MBC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허당기 넘치는 공감 제로 로봇 공학자를 연기 중이다.
누가 뭐라 해도 엄기준의 2017년은 ‘피고인’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그의 성과는 아쉽기 그지없었다. 올해 최고의 캐릭터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좀 더 많은 상을 탈 거라 예상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지성의 수상 소감만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상복은 아쉬웠지만, 대상도 인정한 엄기준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그런 엄기준은 이제 악역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기 위해 도전 중이다. ‘로봇이 아니야’의 변신뿐 아니라 MBC 예능 프로그램 ‘오지의 마법사’에서도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인간 엄기준의 매력을 발산하는 중이다.
연기로, 예능으로 캐릭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엄기준이 2018년에는 상복 가득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될까. 2017년 1관왕은 아쉬웠지만 2018년에는 분명 누구보다 바쁜 수상자가 되기를 바라본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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