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MBC 연기대상의 최대 파격이라고 한다면 단연 대상 시상자 최교식이 아닐까. ‘역적’의 이름 없는 백성으로 엔딩을 채워 화제를 모았던 그는 대상을 시상하는 자리에 서기까지 했다. 반가운 ‘파격’의 끝판왕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생중계된 2017 MBC 연기대상에서는 대상 시상자로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배우 이종석과 함께 드라마 ‘역적’에서 이름 없는 백성 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 최교식이 나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매년 연기대상 시상자는 전년도 대상 수상자와 MBC 사장 혹은 부사장이 나섰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 자리에 ‘역적’,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도둑놈 도둑님’, ‘훈장 오순남’ 등 MBC 드라마 10여 편에 출연한 단역배우 최교식이 나서게 된 것.
특히 최교식의 대상 시상자 선정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역적’에서 왕 연산군에 대항하는 홍길동을 돕다 죽는 이름 없는 백성 역으로 활약했다. “오늘에야 처음으로 내 맘 가는 대로 하고 살았소”라며 숨을 거두는 그의 장면은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하기 충분했다. 어지러운 시국에 촛불을 들고 일어났던 시청자들, 긴 파업을 거쳤던 MBC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장면이기도 했다.
최교식은 이날 무대에 올라 “이런 시상식에 온 건 처음”이라며 “현장에서 먼지 마시며 땀 흘릴 때가 가장 보람찼다. 지금도 누가 보든말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대상 시상자로 나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역적’으로 대상을 안은 배우 김상중 또한 최교식을 언급했다. 김상중은 “백성이 주인인 나라, 그 나라에서 백성의 아픔을 뜨겁게 절절하게 연기하신, 비록 한 회였지만 드라마의 엔딩 대미를 장식해주신 최교식 님의 모습이 바로 ‘역적’의 주제였다”고 말해 모두를 감동하게 했다.
최교식은 단역배우로 드라마 엔딩을 장식하고, 대상 시상자까지 나서는 특별한 경험을 연달아 했다. 그는 OSEN과의 통화에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정말 많이 떨렸다. 시상식이 처음이었다. 처음이라는 경험은 어떤 것이든 특별하지 않나”라며 감격에 벅찬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대상 시상자로 섭외된 순간을 묻는 질문에 최교식은 “대상 시상자인 걸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시상식 오라’고 전화가 와서 역적이 작품상을 받는구나, 옆에서 사진이나 찍고 와야겠다 하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다음날에 제가 대상 시상자가 된다는 기사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됐다. 그 때부터 긴장감과 압박이 엄청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교식은 자신을 대상 수상에 언급한 김상중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김상중 선배님”이라며 못 다 전한 인사를 남겼다. 그는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배우를 언급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제가 ‘이름 없는 백성’ 역 아니었냐. 극중 홍길동이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이름을 김상중 선배님이 알려주셨다. 저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무대에 내려와 김상중 선배님의 수상 소감을 보지 못했는데 사람들이 얼른 보라고 해서 나중에 집에 와서 동영상을 보고 알았다. 정말 저의 은인”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역적’으로 엔딩부터 대상 시상자까지 나서게 된 최교식은 “‘역적’은 저에게는 최고의 ‘역작’”이라고 말하며 “2017년은 제게 참 뜻 깊은 한 해였다. 정말 바빴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앞으로도 항상 겸손한 배우가 되겠다. 평생 연기를 하는 게 제 소원이다”라고 말하며 연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yjh0304@osen.co.kr
[사진] 2017 MBC 연기대상 방송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