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신과함께' 차태현의 밥솥은 PPL이 아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2.31 13: 59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를 본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소방관 김자홍(차태현 분)이 어머니(예수정 분)를 위해 준비한 밥솥이 혹시 PPL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꾸 잊어 버리고 냄비를 태우는 늙은 어머니를 위해 누룽지를 손수 만들어준다는 고성능 밥솥을 선물한다는 설정이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PL은 아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과 진행된 롯데시네마 츄잉챗에서 차태현은 “주변에서 밥솥이 PPL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라운드 인터뷰에선 “주변에서 진짜 누룽지가 되는 밥솥이 있냐? 누룽지 밥솥은 PPL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아니다”라며 “편집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캐릭터 설정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밥솥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의 말마따나 밥솥이 간접광고가 아닌 이유는 김용화 감독의 전작 ‘국가대표1’(2009)에서도 한 차례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에게 밥솥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바람과 어머니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비유해서 표현한 일종의 메타포이다.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듯 그는 대학시절 막노동부터 운전기사까지 생계를 위해 하지 않을 일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 고단하게 살았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일찍 돌아가셨다. 대학 때 휴학을 했었는데 그 때 운전기사, 생선장사 등 안 해본 게 없다. 어머니 병상 옆에서 쪽잠을 자다가 새벽에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가스비를 내지 못햇고, 가스가 끊겨 전기밥솥에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앞날이 없는 것처럼 절망적이었다는 그의 젊은 시절을 ‘신과 함께’의 주인공 자홍의 삶으로 치환해 표현한 것이다. 기교가 없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신과 함께’는 김용화 감독의 젊은 시절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부모님이 병상에 누워 계시는 상황에서 자립하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아픈 경험이었는지 세심하게 담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나 분노를 격앙된 행동으로 보여주거나 과도하게 눈물을 유도하지 않았다. 보는 이들의 공감 여부에 따라 눈물이 나올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가족으로 분한 차태현, 김동욱, 예수정이 절제된 감정선, 따뜻한 희망을 담은 엔딩이 있을 뿐이다.
밥솥은 누룽지를 통해 진정한 모성애의 표현 방식을 배우고 깨달으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가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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