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017년이 저문다. 가을야구가 너무 빨리 끝난 아쉬움은 있지만, 2017년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이라는 ‘대항해’까지는 다소 역부족인 느낌은 들지만, 적어도 승조원들을 꾸준히 채우며 2018년을 기약하는 시기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은 SK가 닻을 올리고 연안부두를 박차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년을 10가지 뉴스로 정리했다.
10. 새로운 주축 등장, 리빌딩 초석을 세우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만든 새 분위기 속에 팀 라인업이 상당수 바뀌었다. 특히 야수 쪽이 그랬다. 군에서 제대한 한동민이 29개의 홈런을 때리며 기대치를 증명했고, 김동엽도 22개의 홈런을 보태 좌우 코너 외야의 장타력이 증강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없는 이름이었던 노수광과 조용호는 이제 팀의 리드오프를 놓고 다툰다. 정진기와 최항도 중거리 타자로 발전할 가능성을 유감없이 내비치는 등 내야와 외야 모두에서 새로운 얼굴 실험이 진행됐다.
9. 퓨처스 리그의 성과, 강화 시대 성과 난다
강화SK퓨처스파크로 대변되는 적극적인 퓨처스팀(2군) 투자에 나선 SK가 서서히 그 효과를 보고 있다. 2군도 올 시즌 리빌딩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또 다른 희망을 남겼다. SK 퓨처스팀은 올해 4.3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상무(3.88)에 이은 전체 2위, 북부리그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5할4푼8리의 승률은 사실상 출발점이 다소 다른 상무(.689)와 경찰야구단(.618)을 제외하면 최고 성적이었다.
8. 로맥, 대체 외국인 선수 홈런 신기록
SK의 외국인 전선은 시즌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주전 유격수를 기대하고 데려온 대니 워스가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퇴출됐기 때문. 그러나 이를 대체해 영입한 제이미 로맥이 가공할 만한 홈런포를 선보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약점을 메우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외국인 교체 전략이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남겼다. 로맥은 시즌 102경기에서 31홈런을 기록하는 등 적어도 장타력에서는 정상급 성적을 기록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은 종전 2005년 펠로우(롯데)의 23개였으나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7. ‘4번 타자’ 정의윤, 4년 총액 29억 원 FA 계약
2015년 7월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이래 팀의 4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했던 정의윤이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했다. SK는 지난 12월 7일 정의윤과 4년 총액 29억 원(보장 17억 원, 옵션 12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의윤은 SK 이적 후 315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9리, 56홈런, 189타점을 기록하는 등 팀의 고질병이었던 ‘4번 부재’의 해결사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SK는 정의윤과의 계약으로 특별한 전력 누수 없이 2018년을 맞이한다.
6. 박종훈 12승-문승원 155이닝, 긍정적인 선발 성과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로 빠진 선발진에서는 긍정적인 성과들이 있었다. 바로 박종훈과 문승원이 한뼘 자란 키를 뽐냈다. 박종훈은 올해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과시했다. 2012년 이후 단일 시즌 12승을 기록한 SK의 토종 선발투수는 김광현 뿐이었다. 문승원은 다소간 부침에도 불구하고 총 155⅓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로서의 자질을 내비쳤다. 2012년 이후 단일시즌 155이닝 이상을 던진 SK의 토종 선발은 김광현과 윤희상, 그리고 문승원이 전부다.
5. 베테랑들의 재기, 자존심을 살리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고무적이었지만, 팀 성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베테랑 선수들의 재기였다. 워스의 퇴출, 박승욱의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유격수 포지션은 돌아온 나주환이 구했다. 은퇴까지 생각했던 나주환은 122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 19홈런, 65타점을 수확하며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역시 서진용의 부진으로 고민이 컸던 마무리 포지션에서는 박정배가 대활약을 선보였고, 이재원의 부진은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성우가 소금과 같은 활약을 하며 공백을 메웠다.
4. 염경엽 단장 선임, 스타 감독-단장 조합
민경삼 전 단장이 지난해 12월 말 사의를 표명한 SK는 1월 중순 염경엽 단장을 공식적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넥센 감독 시절 지도자로서도 혁혁한 성과를 남긴 염경엽 단장 부임은 트레이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이라는 거물급 ‘투톱’을 전방 배치한 것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염 단장은 프런트와 감독 시절 자신이 구축했던 매뉴얼을 SK의 틀에 맞게 바꿔 팀의 시스템을 차근차근 다잡아 나갔다. 조직 문화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평가로 매뉴얼의 힘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앞으로의 성과가 더 큰 기대를 모은다.
3. ‘3루수 전설’ 최정, 2년 연속 홈런왕
팀의 간판타자 최정은 2017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와 공동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올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46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46개의 대포는 상징성이 크다. 페르난데스가 가지고 있었던 SK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 그리고 리그 역대 3루수 최다 홈런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홈런포에 물이 오른 최정은 내년 3년 연속 홈런왕이라는 쉽지 않은 대업에 도전한다.
2. 두 차례의 트레이드, 체질 개선 시험대
시즌 초반과 중반에 나온 두 번의 트레이드가 리그 전체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팀이 부진에 빠졌던 4월 초, SK는 KIA와 4대4 트레이드에 합의하며 승부를 걸었다. 김민식과 이명기를 내주는 출혈이 있었지만, 팀의 차세대 리드오프 및 포수로 뽑히는 노수광과 이홍구, 그리고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 이성우와 외야수 윤정우를 수혈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중반에는 넥센과의 1대1 트레이드로 좌완 유망주를 맞바꾸기도 했다. 지난해 2차 1라운드 지명자인 김성민을 내주는 대신 염경엽 단장이 넥센 시절 지도했던 파이어볼러 김택형을 데려와 2018년을 기대케 했다.
1. 234발의 축포, 역대 팀 홈런 1위 대업
‘홈런군단’으로 거듭난 SK의 대포는 질주를 거듭했다. 올해 총 234개의 홈런을 치며 KBO 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이는 종전 기록이었던 2003년 삼성의 213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KBO 역사에 기념비를 새로 남겼다. ‘홈런공장장’ 최정이 46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을 비롯, 로맥(31개), 한동민(29개), 김동엽(22개)까지 네 명의 선수가 20홈런 이상을 기록했으며 총 9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는 등 선수단 곳곳에서 홈런의 힘을 뽐냈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