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화려한 VFX 기술로 무장된 비주얼이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누구도 가보지 못한 저승 세계를 표현해내야 했기에 저승 대부분의 모습은 VFX 효과를 통해 구현됐다.
이에 아무 것도 없는 그린매트에서 연기를 해야 했던 배우들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 하지만 베일을 벗은 결과물은 우려와 달리 완성도 높은 지옥 세계를 만들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김용화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속 지옥 세계를 구현하는 과정들을 설명했다.
영화 속 자홍과 삼차사들이 7개의 지옥을 통과하는 과정은 마치 테마파크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이 웹툰을 읽고서 여정에 대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 여정이라는 느낌이 되게 기분 좋았다. 나를 변론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여정을 한다는 것은 꼭 지키고 싶었다”며 “2부에 보면 그런 것이 없다. 1부에 나오는 것들은 귀인에게 주어진 특혜다. 지옥을 빨리 빨리 통과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일정부분 재판을 스킵하고 최대한 반복되는 느낌을 줄여가는 것이 관객들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 재판은 한 두 개만 보여줘도 관객들도 충분히 맥락을 이해하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주구장창 패턴화해서 한다는 것은 이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 아닌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에 대한 강박이 없다면 그런 재판도 원작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소소하고 아기자기 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는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시간 안에 굉장히 필사적인 인물들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 감정들을 몰아넣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옥 콘셉트가 천 개가 넘게 나왔다고 밝힌 그는 “저승을 가본 적도 없고 원작에도 디테일하게 풍광이나 속성이 잘 묘사가 되어 있지는 않다. 정말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첫 번째로는 장르적으로 안착이 되려면 덜 판타지적이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예를들면 ‘아바타’는 SF적인 느낌이다. 차라리 이런 건 CG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조금 더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처럼 하려고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오는 사진들을 봤는데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공간들이 있더라. 예컨대 배신지옥 천지경은 칠레에 있는 유우니 사막, 거울처럼 모든 걸 반사해버리는 느낌으로 했다. 모래, 물, 불 이런 모든 요소들이 극대화된 공간이라면 그곳이 지옥이 아닐까 했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들이 느낄 때 이물감이 좀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옥을 너무 안 무섭게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의 말초를 건드리는 것은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저는 첫 번째도 은유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은유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만큼은 남녀노소가 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 정도 은유도 알지 못하는 문화적 식견을 가진 국민은 없다고 본다고 본다. 타겟을 어디냐 맞추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
7개의 지옥을 지키는 대왕들은 짧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독특한 캐릭터를 뽐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김하늘은 굉장히 짧은 분량임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겼고 염라 대왕의 이정재 역시 우정출연이었지만 그 이상의 몫을 해냈다.
김 감독은 배신지옥 대왕 김하늘에 대해 “정절을 지키려고 했던 여자의 수기를 읽었는데 배신당한 여자가 처절한 형벌을 가하면 어떨까 해서 설정이 만들어졌다.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 가장 큰 지옥이라는 뜻에서 거울 또는 반사의 느낌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재의 염라에 대해서는 “극 중 염라는 죄인을 모래 속에 답답하게 가둬놓는데 어머니의 마음,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웹툰의 염라는 너무 힙합 전사 같았다. 이 분은 우리가 생각한 염라대왕과 달랐다. 그것 보다는 위용이 있는 분이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했고. 부모자식간의 죄를 묻기 때문에 근엄한 이미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끝부분에는 성주신을 맡은 마동석이 등장하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내년 여름 개봉을 확정 지은 ‘신과함께-인과 연’에 대해 김 감독은 “실제로 시나리오 자체는 영화는 1부가 잘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2부는 시나리오 자체가 더 완결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며 “수홍이라는 친구를 데려가는 강림의 이야기와 해원맥과 덕춘과 마동석이 어우러지는 이승의 이야기와 그들이 기억해내는 기억의 조각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3차사가 됐는지가 나올 것”이라며 “성주신이 지속으로 등장했던 고물 줍는 할아버지와 아이 주변에 있었구나 그 정도만 아셔도 2부 보시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신과함께’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만약 3편이 나온다면 연출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김용화 감독은 없다고 말하며 “드라마는 저희가 제작을 하니까 제작 정도 할 것 같다. 저 배우들 그대로 데리고 과연 드라마를 찍을 수 있을까 싶다. 물론 배우들은 하고 싶다고 하기는 했다. 촬영 중에 배우들은 드라마 하면 하고 싶다고. 감사하죠. 하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mk324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