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에 쏠린 전망은 물음표 투성이였다. 수비력은 인정을 받았다고 하지만, 공격에서 의문부호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번즈에 대한 물음표는 어느 정도 지워지면서 재계약까지 성공했다. 의욕과 헌신이 만들어 낸 번즈의 성공은 또 다른 2018년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번즈는 올해 처음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2루 안정을 위해 데려온, 특화된 외국인 선수였다. 수비력에서는 시즌 초반부터 이견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 내야와 센터라인의 안정감을 확실하게 안겨줬다.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된 포구 능력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2루 자리를 철벽처럼 지켰다. 실책은 8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선보였다.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리(423타수 128안타) 15홈런 57타점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60의 성적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홈런과 38개의 2루타를 폭발시키며 5할에 육박하는 장타율(0.499)을 기록했다.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라는 것까지 증명했다. 12개의 결승타로 클러치 상황에서 집중력도 보여줬다. 결국 번즈의 공수에 걸친 전방위적인 활약은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번즈는 73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2018년에도 롯데의 내야를 지키게 됐다.
번즈의 올 시즌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둘렀지만, 이내 약점을 간파 당했다. 변화구에 스윙 궤적이 제대로 맞지 않았고, 선구안 역시 뛰어나지 않았다.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번즈에 대한 교체 의견도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번즈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성장했고, 올 시즌을 롯데와 함께 마무리했다.
번즈의 성장은 그의 의욕적인 모습에서 비롯된 것과도 같다. 정보 밑천이 없는 가운데 경기에 나서며 KBO리그 타자들의 타구 속도나 방향 등을 일일이 필기하면서 정보를 스스로 획득했고, 그에 맞게 수비 시프트를 펼치며 타구가 외야로 빠져나갈 확률을 최소화시켰다. 기본적인 수비 능력이 갖춰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번즈의 의욕적인 연구와 노력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 번즈의 수비 능력도 평가 절하될 수도 있었다.
물론 번즈의 의욕이 과욕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수비에서 모든 타구를 쫓아가 수비수들과 콜플레이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충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또한 주루 플레이에서도 경기 흐름과 다소 맞지 않은 플레이가 나왔다. 무리하게 한 베이스를 더 노리다 횡사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욕도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만큼 번즈는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승부욕이 있었기에 번즈는 매사에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헌신의 가치는 결국 결과로 드러나게 되어 있었고, 올 시즌 번즈는 롯데의 복덩이가 됐다.
이미 올해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 번즈는 자신에게 책정되어 있던 옵션을 모두 달성했다. 하지만 번즈는 옵션을 달성했다고 해서 그저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팀이 정규시즌 3위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도 번즈는 팀의 일원으로서 헌신했다. 결국 번즈는 NC와의 3위 쟁탈전이었던 정규시즌 최종전 LG와의 경기 열정적인 주루플레이로 팀에 쐐기점을 안겼다.
번즈의 수비력이 여전하다고 가정하고, 공격에서도 올해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번즈 역시 역대급 내야 외국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비록 홈과 원정의 편차(홈-타율 0.385 OPS 1.055, 원정-타율 0.213 OPS 0.648), 선구안(29볼넷/100삼진) 등의 개선해야 할 부분도 눈에 보이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번즈는 성장했다. 2018년,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의 의욕적인 모습과 헌신적인 태도라면 성장의 폭은 더 클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