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군단의 전설과 미래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승엽과 구자욱은 30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평소 입었던 유니폼 대신 평창올림픽 로고가 새겨진 체육복을 입은 이승엽과 구자욱은 야구 배트가 아닌 성화봉을 들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앞 도로를 뛰었다. 이승엽은 김한수 감독의 성화를 이어 받았고 다음 차례인 구자욱과 토치 키스를 했다. 이승엽과 구자욱이 특별 무대에 서서 토치 키스를 할 때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정말 뜻깊은 하루였다". 이승엽에게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엽은 "나 역시 올림픽을 통해 '국민타자'라는 수식어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창동계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특히 쇼트트랙 대표팀 임효준(한국체대)의 선전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네 차례 대수술을 받고도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한 임효준 선수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림픽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식사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먹고 싶은 거 무엇이든 사주겠다"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이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게 정말 많다고 하던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아주 의미있는 날이었다. 특히 이승엽 선배님에게 주자를 이어 받게 돼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알파인스키 대표팀 경성현(홍천군청)과 친분이 두터운 구자욱은 "얼마 전에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들었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내달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 일정 관계상 현장에 가서 응원할 수 없어 아쉬울 뿐. 그는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알파인 스키가)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관심을 많이 못 받는다고 아쉬워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내게 '알파인 스키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언젠가 내게 '평창 올림픽이 마지막 대회가 될 지 모른다'고 말했었는데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what@osen.co.kr
[사진] 대구=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