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축 양현종(29)과 헥터(30)은 정규시즌에서 동반 20승을 달성했다. 내년에도 20승이 가능할까. 선발 20승을 또 한 번 기록한다면 KBO리그에서 최초로 '2년 연속 선발 20승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선발 20승 기록은 올해까지 딱 10번 나왔다. 1983년 장명부 30승(선발 28승), 1985년 삼성의 김시진 25승(선발 21승)과 김일융 25승(선발 20승), 1987년 김시진 23승(선발 21승), 1995년 LG 이상훈 20승(선발 20승), 2007년 두산 리오스 22승(선발 22승), 2014년 넥센 밴헤켄 20승(선발 20승), 2016년 두산 니퍼트 22승(선발 21승) 그리고 올해 양현종과 헥터가 나란히 선발 20승을 기록했다.
기록에서 보듯이 선발 20승을 2년 연속 달성한 투수는 없다. 김시진이 유일하게 두 차례 20승을 달성했으나, 1985년과 1987년 한 해를 거르고 세운 기록이다.
구원승이 포함된 2년 연속 20승 기록은 있었다. 고(故) 최동원이 1984년 27승(선발 9승), 1985년 20승(선발 12승)을 기록했다. 선발 보다는 구원으로 더 많은 경기에 출장했고, 구원승이 많았다. 선동렬도 1989년 21승(선발 9승), 1990년 22승(선발 11승)으로 구원승이 포함된 20승 기록이 있다. 최동원, 선동렬은 선발로만 뛰었어도 충분히 20승이 가능했겠지만, 당시 투수 운영은 최대한 많은 승리를 따내기 위해 선발과 불펜 전천후로 기용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연속 선발 20승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선발 20승 투수들의 이듬해 성적이 어땠을까. 2000년대 들어 20승 투수는 주로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니퍼트는 2016년 22승을 기록했으나 올해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치솟으며 14승에 그쳤다. 밴헤켄은 2014년 20승, 2015년에는 15승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3.51 → 3.62)은 크게 변화가 없었으나, 승운과 타점 지원이 이전만큼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오스는 2007년 22승을 기록한 후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했다.
#1995년 이후 20승 투수의 이듬해 성적 비교
연도 투수 승리 나이 이듬해 비고
2016 니퍼트 22승 35세 14승 ERA 2.95 → 4.06
2014 밴헤켄 20승 35세 15승 ERA 3.51 → 3.62
2007 리오스 22승 35세 - 일본 진출
1999 정민태 20승* 29세 18승 ERA 2.54 → 3.48
1995 이상훈 20승 24세 3승(10세이브) ERA 2.01 → 2.54
*1999년 정민태는 구원 1승 포함
내년 양현종과 헥터는 20승이 가능할까. 양현종과 헥터는 올해 뛰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투로 정점을 찍었다. 27일 연봉 23억 원에 재계약, 역대 투수 최고 연봉 기록을 세웠다. 헥터는 내년 연봉으로 200만 달러에 재계약, 3년 연속 KIA의 1선발로 활약한다.
20승은 투수 혼자 잘 던진다고 가능하지는 않는 기록이다. 타선의 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올해 KIA 타선의 득점 지원이 든든했다. 스탯티즈 자료에 따르면 헥터는 8.35점, 양현종은 8.33점으로 리그 내 득점 지원 1~2위 투수였다. 잘 던지는데다 타자들이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뽑아주면서 32년 만에 동반 20승이 가능했다.
올해 KIA 타선은 팀 타율이 3할2리였고, 906득점(경기 당 6.29점)을 기록했다. 최형우, 버나디나, 나지완, 이범호, 김주찬, 안치홍, 김선빈, 이명기 등 타선이 쉬어갈 틈이 없었다. 3할 타자가 7명, 20홈런 타자가 5명이었다. 6월 말~7월 초에는 8경기 연속 10득점 이상(11점-13점-22점-10점-10점-13점-15점-17점)이라는 KBO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FA 김주찬의 재계약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내년에도 타선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소 걱정 요인은 있다. 헥터는 2년 연속 200이닝 넘게 던졌다. 지난해 206⅔이닝, 올해 201⅔이닝을 소화했다. 양현종도 2016년 200⅓이닝을 던졌고 올해 193⅓이닝을 책임졌다. 2년간 헥터가 408⅓이닝으로 KBO리그에서 최다 이닝 1위다. 양현종이 393⅔이닝으로 2위다. 어깨는 쓸수록 소모된다.
하지만 양현종은 내년에 만 30세, 헥터는 만 31세로 급격한 노쇠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화끈한 KIA 타선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2년 연속 20승 꿈을 가져볼 만 하다.
/orange@osen.co.kr
[사진] 헥터-양현종(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