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중심이자 1인자 유재석이 이번엔 '무관'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대상 수상자인 전현무를 호명하고 그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유재석의 시상자로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유재석은 지난 29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7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에 올랐다. 파업으로 인해 결방이 되긴 했지만 유재석은 올 한 해에도 '무한도전'을 이끌며 '국민 MC' 명성을 다시 입증해냈다. 그래서 이번 '연예대상'에서도 유력 대상 후보로 거론이 되어 왔다.
'나 혼자 산다'가 올해 강세이기는 했지만 '무한도전'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유재석 역시 다른 멤버들과 함께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기 때문. 그렇기에 쉽게 대상을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유재석이 MBC 사장을 대신해 대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뒤 "자기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얻은 것도 이 때문. 물론 이날의 대상 주인공은 전현무가 됐지만, 그럼에도 유재석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유재석은 "원래 대상 수상자를 발표할 땐 사장님께서 발표하셨는데, 오늘은 제가 하게 됐다. 올 한해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MBC 예능은 총파업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우리 MBC 예능이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내년에는 더욱더 많은 예능인이 연말 시상식 축제를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의미있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전현무에게 대상 트로피를 건네주며 선배로서 따뜻한 손길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김구라는 "방송사는 오래한 프로그램을 이끈 사람에게 상을 줄 것인가, 그 해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에게 상을 줄 것인가 고민을 한다. 많이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어려운 문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처럼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시청자들을 만나온 프로그램에서 대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재석 역시 이 같은 상황,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내어줄 수 있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MBC '연예대상'은 대상 수상자인 전현무는 물론이고 유재석을 비롯한 수많은 예능인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의미있는 시상식으로 기억될 듯 하다. /parkjy@osen.co.kr
[사진] 2017 MBC 연예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