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어워즈②] "망한 거 아냐"...이대로 보내기 아쉬운 韓영화 5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2.31 15: 01

올해 ‘군함도’ ‘남한산성’ ‘특별시민’ 등 대박작이라고 주목받았던 영화들이 예상과 달리 다소 침체된 양상을 보였다. 이건 좀 차원이 달랐다.
쏟아지는 신작들 사이에서 1년에 한 번쯤 찾아올까 말까하는 강렬한 몰입감을 제대로 누렸지만 관객들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눈여겨볼 수작들이었지만, 아쉽게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안긴 작품 다섯 편을 꼽아봤다.
#군함도, 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김수안 등 배우들의 차진 연기, 다이내믹한 연출, 실제 섬처럼 완벽하게 구현한 세트장까지 ‘전율의 132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과언은 아니었다.
특히 다시금 민낯을 드러낸 일본의 조선인 강제 동원의 문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향한 깊이 있고 거침없는 비판, 인물 각자의 사연이 더해져 가슴 아픈 감동을 새삼 상기시켰다.
#남한산성, 감독의 뚝심은 최고!
조선시대 남한산성에서 47일을 보냈다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은 ‘남한산성’은 황동혁 감독의 뚝심과 진정성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이에 각종 영화제에서 감독상 및 작품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연출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말랑한 가족 영화는 아니었다.
감독과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박희순 등 배우들의 혼신의 노력으로 1636년 병자호란을 완벽히 재현한 ‘남한산성’은 한시도 눈 뗄 수 없는 생생한 볼거리를 선보였지만, 같은 시기 개봉한 ‘범죄도시’(감독 강윤성)라는 큰 암초를 만나 흥행에서는 다소 주춤했다.
#특별시민, 현실이 더 심해서...
올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의 썩은 내 나는 이면을 그린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마치 현실을 보는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안긴 정치 드라마였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비선실세 최순실’이라는 현실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서로를 배신하고 이용하는 구밀복검 형 스타일의 정치인들이 실감나게 그려져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무엇보다 ‘연기 대가’ 최민식을 보는 맛이 있었다. 카메라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표정 변화, 캐릭터의 감정을 분명하게 짚어주는 대사의 뉘앙스, 톤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아직 안 본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강.추.!
#옥자, 멀티플렉스의 힘은 굳건했네
올 5월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옥자’(감독 봉준호)는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하지 못해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크게 흥행하지 못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극장들은 넷플릭스에 영화관에서 개봉한 뒤 IPTV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이용하는 영화의 유통 질서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3대 극장 대 넷플릭스의 다툼이 아닌 플랫폼 변화에 따라 우리가 겪어야 하는 새로운 문제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영화가 플랫폼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로 빚어진 셈이다.
#불한당, SNS 논란이 뭐기에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도 ‘옥자’와 마찬가지로 세계 평단의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결이 다른 느와르 영화였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거뒀기 때문이다. 느와르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변성현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남다른 개성을 더해 新 장르의 느와르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변 감독이 대선 기간 중 자신의 SNS에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듯한 글과 특정 지역 비하 및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관객들 사이에서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자숙의 의미로 칸 영화제에 불참하겠다고 밝혔고, 감독 없이 배우들만 프랑스 땅을 밟는 아쉬운 순간을 맞이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