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에 커밍스까지…삼성, 외인 줄부상에 울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27 20: 43

"라틀리프도 없고, 커밍스도 없고".
서울 삼성은 27일 고양 실내체육관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4라운드 첫 경기를 63-85로 패했다. 7위 삼성은 시즌 15패(13승)째를 떠안으며 6위 인천 전자랜드와 1.5경기 차로 벌어졌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상민 삼성 감독의 표정은 근심 가득했다. 이 감독은 커밍스의 부상 소식으로 입을 열었다. 커밍스는 지난 25일 SK와 'S-더비' 맞대결서 왼 발목을 다쳤다. 올 시즌 27경기서 평균 26분12초를 뛰며 17.8점 4.9리바운드를 기록한 커밍스의 공백은 뼈아팠다. 회복까지는 2주 이상 걸릴 전망.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삼성은 '주포' 라틀리프가 부상으로 여덟 경기째 결장 중이었다. 라틀리프는 당장 올 시즌에도 19경기서 평균 37분14초를 누비며 24.6득점 15.0리바운드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오리온전서 왼 치골염 부상을 당했다. 당초 3주 진단이었으나 예후가 더뎠고, 아직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다.
라틀리프는 삼성 공수의 처음과 끝을 도맡았다. 때문에 주위에서는 삼성의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감독 조차 "13연패 할 거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우리의 약점은 높이다. 라틀리프가 그걸 메우며 팀내 비중이 컸다"고 염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커밍스가 분전하며 삼성은 라틀리프가 없던 8경기서 3승5패를 기록했다. 5할 승률에도 못 미쳤지만 당초 우려보다는 선방하는 분위기였다. 커밍스는 라틀리프가 빠진 8경기서 평균 26.5득점으로 같은 기간 1위에 올라있다. 시즌 전체 득점 1위 라틀리프의 위력에 밀리지 않은 것.
때문에 이상민 감독의 우려도 당연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부상인 경우는 선수와 감독 경력을 통틀어 처음이다"라며 "한 명이 빠져도 쉽지 않은데 두 명이 빠진 것이다. 특히 전체 득점 1위 라틀리프와 기간별 득점 1위 커밍스라 더욱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마냥 고개 숙일 수만은 없었다. 이상민 감독은 "단신 외국인 선수는 데려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교체 생각은 없다"라며 "그동안 국내 선수들과 칼 홀이 잘해주길 바란다. 우리가 그간 승리한 경기를 살펴보면 김태술, 김동욱, 문태영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고 기대했다.
경기는 이상민 감독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갔다. 외인 선수 한 명만 뛰는 1쿼터까지는 버틸 만했다. 삼성은 김동욱의 골밑 공격이 불뿜으며 22-20 우세로 1쿼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외인 두 명이 총출동한 2~3쿼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리온은 이날 맥클린이 덩크슛 6개, 에드워즈가 4개를 성공시키며 펄펄 날았다. 그야말로 삼성의 골밑을 유린한 것. 하지만 칼 홀은 9득점에 5리바운드로 침묵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있었다. 2쿼터 막판, 오리온의 골밑 공격이 무위에 그쳤다. 리바운드는 삼성. 모든 삼성 선수들이 오리온 코드로 달려갔다. 하지만 칼 홀은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설렁설렁 걸어갔다. 삼성은 이 상황에서 슈팅에 실패했고, 리바운드를 빼앗겼다. 물론 칼 홀이 있었다고 리바운드를 장담할 수 있던 건 아니지만, 무성의한 플레이는 이와 별개의 이야기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본인의 역할이 컸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ing@osen.co.kr
[사진] 고양=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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