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에서 CD로, CD에서 USB로, 가수 지드래곤이 음반 '4차혁명'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가온차트 측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급변하는 뉴미디어 및 디바이스 환경에 부합하고 새로운 음악시장 개척에 대한 음악차트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가온차트 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가온차트는 내년부터 첫 번째 ‘차트 앨범의 집계 대상 확대’, 두 번째 ‘스트리밍 가중치 상향 조정’을 꾀한다. 특히 지드래곤의 ‘권지용’ USB 앨범과 같은 상품의 경우도 가온 앨범차트에 반영된다.
지드래곤은 지난 6월 솔로앨범 '권지용'을 USB로만 발매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걸었다. 해외에선 몇몇 아티스트가 USB로 앨범을 출시했던 바. 국내에선 신곡을 USB에만 담아 발표하는 것은 지드래곤이 거의 처음이다.
이로써 지드래곤은 국내 가요계에 음반 '4차혁명'의 불씨를 붙이게 됐다. 하지만 파격의 첫 주자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변화를 선도하는 이들은 제도권과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가온차트 측은 발매 당시 '권지용' USB앨범을 음반으로 볼 수 없다고 확정발표했다.
가온차트 측은 "개정된 저작권법상으로 ‘음반’의 정의를 살펴보자면 권지용 USB는 ‘음반’에는 해당될 수 있다"며 "다만 가온차트의 ‘앨범’의 정의는 ‘음반’의 정의와 다르며,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만으로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요즘 CD판매를 안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음악을 못듣는게 아님으로 가온차트 집계 방식에는 큰 이견이나 불만은 없다"고 밝혔으나 가요계에선 지드래곤의 USB앨범이 음반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러다 약 6개월만에 가온차트는 입장을 바꿨다. 이 빠져버린 CD의 현주소를 깨달은 것이다. 사실 CD의 시대는 저물어버린지 오래다. 요즘 CD플레이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데다 휴대조차 불편한 CD는 어느 새 소장하는 가치로만 의미를 갖게 됐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작업물인 '권지용'이 장식용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USB 앨범을 실행시키면 특정 인터넷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도했다. 특정 페이지 안에서 케이스의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신곡 음원, 뮤직비디오, 독점 이미지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에 시리얼넘버 입력이라는 '관문'을 추가, 음원을 받으면 CD가 주는 소장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지드래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빠르게 음악시장의 흐름을 포착한 그는 USB앨범이라는 초석을 세운 셈이다. 또한 지드래곤의 USB앨범에는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업그레이드될 예정. 단지 좋은 노래만 담기는 것이 아니라 소장성, 편의성, 다채로운 콘텐츠까지 더해지면서 이상적인 음반이 탄생한 것이다.
지드래곤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What's The Problem?"이라며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겨우 '음반이다/아니다' 로 나뉘어지면 끝인걸까"라고 씁쓸함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테이프에서 씨디로 다운로드 파일로. 지금도 겉 모습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시간과 세월 속에서도 변치않는 사람들의 귀와 입에 머무를, 또 머릿속에 오랜시간 추억될 좋은 노래 멜로디와 위로받고 같이 울고 웃던 그 가사가 다 아닐까?"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은 USB 발매보다 '노래'와 '가사'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매형태에 대한 논란에 음악의 본질이 퇴색될까 염려한 것이다. 팬들이 지드래곤의 앨범을 사는 것은 단지 USB라는 형식이 특별해서만은 아니다. 지드래곤의 음악을 더욱 다채롭게 듣고 싶어서다.
지드래곤 역시 CD든 USB든 음악에 담아낸 진심은 똑같을 터. 다만 지드래곤은 저물고 있는 CD시대에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물론 기존의 관행이 깨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과 수많은 논쟁이 필요했다. 비록 6개월 뒤에서야 음반으로 인정받게 됐지만 분명한 점은 지드래곤이 국내 앨범구매 문화를 바꿨다는 것이다. 이제 팬들은 음반판매점에서 "CD 한 장 주세요"가 아닌 "USB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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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드래곤 '권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