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여성밴드 406호 프로젝트 “연말정산 해보실래요?”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12.26 12: 59

2014년을 뜨겁게 달궜던 ‘넌 나 어때’의 여성 3인조 밴드 406호 프로젝트가 29일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지난 7일 나온 EP ‘RIPEN’에 담긴 신곡들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들려주는 무대다. 그러면서 한 해 활동을 총정리해보자는 의미에서 단공 타이틀을 ‘연말정산’으로 지었다. 보컬의 김은지, 키보드의 이소영, 베이스의 이수윤(왼쪽부터)을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김은지는 2013년 엠넷 ‘보이스코리아2’에서 묵직한 중저음 보컬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김은지다. 인터뷰는 음반 유통사인 서울 서교동 미러볼뮤직에서 진행했다. 
= 반갑다. 29일 성수아트홀에서 단독콘서트가 열린다. 
(김은지) “올 한 해를 돌아보고 싶어 공연 제목을 ‘연말정산’으로 지었다. 이번이 3번째 단공이지만 연말 공연은 처음이라 티를 내고 싶었다(웃음). 지금까지 공연 영상을 팬들한테 다 받아서 편집해 보여줄 계획이다. 물론 새 ‘EP’에 담긴 신곡도 모두 들려줄 예정이다.”

= 우선, 406호 프로젝트를 잘 모르실 독자들을 위해 각자 소개와 근황부터 들려달라. 
(김은지) “보컬과 리더를 맡고 있다. 음악을 시작한 건 7살 때부터인데, 시골에서 살아서 판소리 학원을 다녔다. 7년 동안 다녔다. 그러다 광주로 이사 오면서 그만두고 대중음악을 하고 싶어 실용음악학원을 다녔다. 그때가 고2 때다. 대학은 그래서 한양여대 실용음악과에 12학번으로 들어갔다. (이)수윤이는 13학번이고, (이)소영이는 다른 학교를 나왔다. 졸업은 2014년에 했다. 수윤이는 2016년에 졸업했다.” 
= 아, 판소리를 배우셨구나. 어쩐지, 창법이 약간 다르다 싶었다. 
(김은지) “판소리를 배우기 전부터 목소리가 중저음이었다. 아버지가 계곡에 데려가 소리 지르게 하고 그러셨다(웃음).”
(이소영) “(김)은지보다 한 살 많은 팀의 맏언니이자 건반을 맡고 있다. 피아노는 어렸을 때 잠깐 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실용음악을 배우면서 다시 치기 시작했다. 재수로 대학에 들어간 후 은지랑 친하게 지냈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까 불안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2013년에 406호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이수윤) “베이스를 치고 있는 막내 이수윤이다. 원래 밴드음악을 좋아해서 중3 때부터 베이스가 뭔지도 모르고 치기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은지 언니랑 친하게 됐다. 그러다 2014년 말 406호 프로젝트에 빈 자리가 있어 합류하게 됐다. 내 크레딧이 앨범에 들어간 것은 2015년 4월 싱글 ‘그래도 좋으니까’부터다." 
(김은지) “당시 베이스를 할 만한 친구를 찾다가 대학 후배인 수윤이에게 제안하게 됐다.”
= 정리를 해보자. 팀 결성은 2013년에 이뤄졌고, 데뷔싱글은 2014년 7월에 나왔다. 그리고 이 때 멤버는 김은지 이소영, 그리고 기타에 서지명, 베이스에 김하얀이었다(1기). 그리고 현재 3인 멤버는 2015년 4월 싱글 ‘그래도 좋으니까’부터다(2기). 그런데 그 사이 2014년 12월에 나온 김은지의 솔로 프로젝트 알틱(Artik)의 싱글 ‘Something About Us’를 보면 베이스의 이수윤, 기타의 조인호다. 이소영 크레딧이 없다. 
(이소영) “그 무렵 원래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다른 학교를 가느라 상황이 좀 그랬다.”
= 팀명 406호 프로젝트는 어떻게 지었나. 
(김은지) “1기 때 멤버들이 모두 함께 살던 신길동의 오피스텔 호수가 406호였다. 2015년 4월 싱글을 준비하면서 (이)소영한테 다시 연락해 팀을 다시 꾸렸다. 기타는 아직 마음 맞는 사람이 없어 계속 객원으로 하고 있다.”
(이수윤) “저의 경우 팀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406호에 함께 살았다.”
= 당시 오피스텔 406호는 누구 명의였나.
(김은지) “하하. 제 명의였다. 그리고 그 오피스텔 이름이 ‘아모르 파티’였다(웃음).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 저와 친동생, 수윤이랑 함께 산다.”
= 오호,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하하. 요즘 완전 빠져 산다.
#. 406호 프로젝트의 디스코그래피
= 2014년 7월 싱글 ‘넌 나 어때’ : 1기
= 2014년 12월 싱글 ‘Something About Us’ : 김은지의 솔로 프로젝트
= 2015년 4월 싱글 '그래도 좋으니까’ : 이때부터 현 2기
= 2015년 6월 싱글 ‘나랑 놀자’
= 2015년 9월 싱글 ‘시간이 지나’
= 2016년 1월 싱글 ‘기분이 좋아’
= 2016년 5월 EP ‘동심’ : 집에 가는 길, 티격태격, 헷갈리게 하지마, I Can Wait
= 2016년 8월 싱글 ‘이불처럼’ : 이불처럼, 꿈속으로
= 2016년 12월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OST : 나의 하루
= 2017년 1월 싱글 ‘좋아하면 원래’
= 2017년 5월 ‘그 여자의 바다’ OST : Pray For You
= 2017년 5월 싱글 ‘웃어주세요’
= 2017년 11월 싱글 ‘안아보고 싶어’ with 어쿠스윗
= 2017년 12월 EP ‘RIPEN’ : 없던 일, 천장화가, 관심병, 만나요, 내 사랑
= 팬들이 왜 406호 프로젝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김은지) “공감가사에 편하게 듣기 좋은 노래여서 그런 게 아닐까. 쉬운 음악은 아니지만 가볍게 들을 수 있으니까. 아, 팬들은 저희를 ‘공육이들’이라고 불러주신다.”
= 개인적으로는, 디테일에 강한 공감가사, 보컬의 독특한 음색, 베이스와 건반을 직접 연주하는 밴드가 406호 프로젝트의 아이덴티티인 것 같다. 새로 나온 EP ‘RIPEN’도 역시 20대 청춘들의 사랑과 그리움, 이별, 이런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으로 이소영과 이수윤이 작사,작곡한 노래가 한 곡씩 들어가기도 했고. 그건 그렇고 앨범 표지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김은지) “멤버 3명의 얼굴을 섞었다. 점과 눈썹은 수윤, 코와 눈은 소영, 입술은 나. 이를 어플로 섞은 것이다.”
= 타이틀곡 ‘없던 일’부터 함께 들어보자. 이별 노래다. 
#. ‘없던 일’ 가사 = 괜찮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더 지치기만 할거야 사랑이 설렘은 아니더라도 억지는 더 아니어야 하니까 서로가 서롤 전부로 생각했으니 지울 추억이 많을 거야 아플 수 밖에 없겠지만 금세 또 지낼만하게 될 거야 후회는 없을 만큼 사랑한 것 같아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것 같아 애써 내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좋아 그건 사랑이 아니니까 알아 전부다 내 욕심이라는걸 이미 다 끝난 일이란 걸 네겐 더 이상 예전의 그 눈빛이 보이지 않아 더는 기대하지도 않아 끝내 날 두고 먼저 돌아서는 널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난 한동안 밤을 새워 널 그리겠지만 전부 없던 일처럼 지워내야 하겠지 사실 난 다가올 내일의 걱정보단 마지막 모습을 담아두기 바빠 다른 어떤 것보다 제일 견디기 힘든 건 아쉬움이 없는 니 표정
(김은지) “사운드는 너무 처지지 않게 했다. 가사 자체도 괜찮은 척, 덤덤한 척 하는 내용이다. 이 곡이 처음 나와 ‘EP’까지 만들게 됐다. 하지만 가사의 초고는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 입장에서 썼었고 제목도 ‘쓰레기’였다. 간주 때의 베이스 솔로, 맨 마지막의 피아노 솔로를 잘 들어봐주시면 좋겠다.”
(이수윤) “(초고대로 곡이 나왔으면) 이별을 당한 입장에서 들으면 화가 날 것 같다(웃음).”
= ‘천장화가’는 이소영씨가 작사작곡했다. 짝사랑하는 상대를 천장에 그려본다는 내용이 솔깃하다. 
(이소영) “허리를 다쳐 잠깐 입원한 적이 있다. 오후8시면 소등이라 할 게 없었고, 당시 좋아하는 분이 있어 병실 천장을 보다가 여러 망상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메모지에 적은 게 바로 이 노래다. 사운드적으로는 기존 406호 프로젝트와 가장 비슷하다. 아무래도 406호 프로젝트 하면, ‘넌 나 어때’ 같은 따뜻한 밴드 사운드를 기대하실테니까.”
= ‘관심병’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스윙 리듬이다. 
(김은지) “추석 연휴 때 구례 본가에 내려가서 쓴 곡이다. 공원에 앉아 기타 하나로 썼다. 합주 첫날부터 너무 잘 맞았다. 뒤로 갈수록 톤이 강해지는 곡을 쓰고 싶었다. A파트는 알앤비, 후렴은 스윙으로 갔다가 뒷부분에서 완전히 터지게 하고 싶었다. 아예 록처럼 터트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엉뚱할 것 같아서 (보컬인) 나라도 질러보게 됐다. 공연 때는 더 신나게 불러보고 싶다.”
= ‘만나요’는 내 꿈에서라도 만나달라는 애틋하고 아련한 정서가 돋보인다. 
(김은지) “내용 자체는 헤어진 사람을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 이런 것이다. 사실 이 곡은 자신이 없어 안내려 했는데, 다들 괜찮다고 해서 편곡을 여러번 한 끝에 이번 EP에 실리게 됐다. 자기 전이나 혼자 길을 걸을 때 들으면 좋을 그런 노래다.”
= 마지막 곡 ‘내 사랑’은 이수윤씨가 만들었다. 왠지 영화 ‘바그다드 카페’ OST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수윤) “어쿠스틱 베이스로 치다가 나온 곡이다. 우울증에 걸린 친구를 생각하면서, 그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썼다. 나라면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을까, 이런 것. 사운드가 만족스럽게 나왔다.”
(김은지) “평소 하던 스타일의 곡이 아니라 녹음할 때 가장 힘들었다. 되게 섬세하게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수윤이는 투박하게 불러달라고 하더라.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
= 406호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김은지)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이번 앨범처럼 꾸준하게, 그러면서 새로운 시도는 계속하는 방향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 내년에는 정규 앨범도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다.”
(이수윤) “공감 가사는 계속 지켜가되 은지 언니 말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라이브도 많이 하고 싶고, 페스티벌도 많이 나가고 싶다.”
(이소영) “‘넌 나 어때’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고 듣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희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다. 더 새롭고 더 파격적인 걸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 수고하셨다. 29일 단공, 꼭 보러가겠다. 
(406호 프로젝트) “연락주시라.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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